최근 급락에 따른 기술적 피로감
수출업체 네고물량에 상승폭 제한

전날 1년 7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한 원달러 환율이 16일 거래에서 반등하며 1110원대 위에서 마감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8원(0.25%) 상승한 1110.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따른 외국인 순매수세 영향으로 1100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밤사이 그리스 부채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유로화가 급락, 이날 원달러 환율 상승 재료로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오는 19일 예정된 삼성전자의 외국인 배당금 지급 기대감이 시장참가자들의 숏플레이(달러 매도)를 둔화시켰다. 1100원 레벨에 대한 개입 경계심과 최근 급락에 따른 기술적 피로감도 환율 상승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지만 오름폭을 늘릴 때마다 수출업체의 네고물량이 대거 실리면서 환율의 상승폭을 제한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5원 오른 1111원으로 출발한 뒤 유로화 급락에 따른 손절매수(숏스톱)가 유입되며 오전 9시51분 1115.1원으로 치솟았다. 이어 높은 가격에 달러를 팔려는 조선업체들의 네고물량이 실리면서 이내 1113원대로 밀려났다.

이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국내증시도 급락세를 보이자 환율은 다시 상승탄력을 받았다. 정부가 오전 중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 외부폭발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점도 달러 매수 요인으로 가세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17분 1115.9원에서 장중 고점을 확인했다.

오후 들어서는 환율의 상승세는 주춤해졌다. 주가지수가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유로화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약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특히 오후 들어 집중적으로 네고물량이 출회하며 환율을 아래로 밀어냈고, 이에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원 정도 높은 1110.3원에서 마감됐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전문가는 "정부가 천안함 사고 원인을 외부폭발로 공식 시인했는데도, 대량 네고물량이 나오며 환율을 아래로 눌렀다"면서 "주가도 오후 들어 낙폭을 줄이며 천안함 사건 발표를 극복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는 "최근 환율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된 데다 유로화 급락에 따른 조정 심리가 부각되며 환율이 소폭 반등했다"며 "1113~1115원 사이에서는 네고물량이 쏟아지면서 환율 상승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오전 중 삼성전자 배당금 수요가 일부 들어오자 은행권 숏커버와 역외 매수세가 나와 환율을 위로 올렸다"며 "오후 장 들어서는 은행권이 롱포지션(달러 매수)을 구축하며 차익실현에 나섰으나, 장 막판 외국인 주식 매수 자금이 좀 나와서 상승폭을 줄였다"고 전했다.

이 딜러는 "위안화 절상 문제가 아직 남아 있어서 약간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다음주 환율 급락 양상은 좀 줄어들 것"이라며 "1102~1122원 박스권 내에서 완만한 상승세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 외국계은행의 딜러는 "워낙 국내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기 때문에 여전히 아래쪽 흐름이 유효하다"며 "다음주 환율은 1100~1115원 사이에서 2~3원씩 내려가다가 4~5원 이상 급락하면 개입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9.42p(0.54%) 하락한 1734.29를, 코스닥지수는 0.19p(0.04%) 내린 508.42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15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 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장 마감 무렵 유로달러 환율은 뉴욕장 종가의 1.3573보다 낮은 1.3529를, 엔달러 환율은 92.73을 나타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