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엔 정신을 못 차려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한산했는데 이젠 젊은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

천안 충남테크노파크 빌딩에서 만난 경비원은 연신 손사래를 치면서도 마냥 흥겨워했다. 이 건물 5층에 입주한 스테레오픽쳐스코리아의 천안 스튜디오 직원들이 1년 새 50배나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정직원은 지난해 초 12명에 불과했으나 19일 현재 600명으로 급증했다. 구인팀이 전국을 돌며 직원을 뽑고 있지만 아직도 태부족이다. 올해 중 3150명으로 늘리고 2013년에는 7000명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성영석 사장은 이날 "사람 뽑고 업무 처리하느라 나흘간 한숨도 못 잤다"며 "어제는 직원들 숙소로 쓸 아파트 100채를 임대계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서울에서 2500명이 일할 수 있는 대형 작업장을 추가로 물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컴퓨터 포토샵 과정을 이수한 지원자들을 뽑아 3개월간 교육시킨 후 현장에 투입한다. 초봉은 복리후생비를 포함해 연 2000만원 수준.10년차에게는 7000만~8000만원도 준다.

스테레오픽쳐스코리아는 일반 극장용 2D영화를 3D영화(3차원 입체영상)로 바꾸는 컨버팅 업체다. 컨버팅이란 왼쪽 눈과 오른쪽 눈으로 각각 본 피사체 형상을 동시에 그려 입체감을 구현하는 기술.컴퓨터 그래픽(CG)을 바탕으로 영상을 디테일하게 조각하는 복원 과정과 새로 그려넣는 원화 과정을 거친다.

이 회사는 3D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툴을 개발,워너브러더스의 '캣츠 & 독스2' 등 할리우드 2D 장편영화 11편을 3D로 전환하는 일감을 수주했다. 대부분 선금을 받고 일에 착수한다. 극히 드문 일이다. 컨버팅 편당 가격은 500만~700만달러(56억~78억원)이며 300명이 3개월간 작업한다.

이날도 미국 20세기폭스사 임직원이 회사를 방문했다. 계약 체결을 앞두고 실사단을 파견한 것이다. 최근 영국 BBC방송의 다큐멘터리와 '태양의 서커스' 공연을 3D로 컨버팅해 달라는 주문은 일손이 달려 받지 못했다.

이처럼 콘텐츠 기업의 고용창출 효과는 제조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10억원당 6.3명에 불과하지만 영화 등 콘텐츠 기업은 13.3명에 달한다. 막대한 고용창출 효과에 주목한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이 회사에서 고용대책회의를 주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스테레오픽쳐스코리아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이 실시한 테스트 입찰에 12차례 참가해 모두 1등을 차지했다. 성 사장은 "10년 이상 개발한 컨버팅 기술력은 중국과 인도가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2014년에는 한 해 매출 3억달러,누적 매출 5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