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0원 이상 급락하며 연중 저점에 바짝 다가섰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1원(0.9%) 하락한 1107.8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110원 아래서 마감된 것은 지난 15일 종가 기준으로 1107.5원을 기록한 이후 4거래일 만이다.

이날 국내외 시장 분위기는 원달러 환율 하락에 모두 우호적이었다.

사기혐의로 피소된 골드만 삭스 등 미국 주요 기업의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자 밤사이 뉴욕증시가 상승했고, 상품시장도 급반등세를 나타냈다. 주요 언론에서 골드만 삭스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소송에서 이길 것이라고 전망한 점도 시장에 안도감을 부여해 원달러 환율 하락에 힘을 실어줬다.

또 전날 인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호주 등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잇따라 나오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져 리스크 선호 분위기가 한층 강화된 모습이었다.

국내에서는 무역수지 흑자가 지난달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소식이 환율 하락을 부채질했고, 코스피지수는 장 내내 1%대의 상승세를 보이며 환율을 아래로 밀어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주식 자금 매수에 나서며 원화 강세를 부추겼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9원 내린 1113원으로 갭다운(큰 폭의 하락) 출발한 뒤 곧바로 1111원대로 내려갔다. 이후 결제와 역외 매수 유입으로 1113원대로 올랐다.

이어 장중 발표된 무역수지 호조 뉴스에 숏마인드가 강해지며 다시 1110원대 초반으로 떨어졌고, 역외가 다시 매도세로 돌아서며 환율을 1110원 아래로 끌어 내렸다. 이후에는 당국에 대한 개입 경계심에 환율은 더 이상 낙폭을 키우지 못하고 1108원대에서 머뭇거렸다.

오후 들어 환율은 투신권의 매도 물량이 공급되며 오후 1시32분경 1107.8원까지 밀려났다. 결제 수요가 계속 나오면서 환율을 1108원선까지 올리기도 했지만, 주가 강세와 외국인 순매수 확대, 역외 매도가 꾸준히 이어지며 오후 2시42분 1107.5원에서 장중 저점을 확인했다.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당국의 속도조절용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 추정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환율은 낙폭을 크게 줄이지 못하고 이날 저점 부근인 1107.8원에서 마감됐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골드만 삭스 악재로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다가 어제부터 다시 강세를 보이자 원달러 환율이 하락압력을 받았다”면서 “오늘 아시아 통화도 전반적인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역외가 1110원대 위에서 공격적으로 달러를 사면서 환율을 아래로 눌렀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는 “당국의 스무딩이 나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어제보다는 덜했다”며 “골드만 삭스 이벤트로 리스크 거래 분위기가 사그라 들었다가 뉴욕증시가 회복되자 환율이 다시 1100원선 테스트 분위기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이 딜러는 “큰 흐름에서 보면 점진적인 환율 하락 트렌드로 복귀한 것”라며 “코스피지수도 1% 이상 오르고, 외국인도 순매수한 것을 보면 앞으로도 환율 하락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외환딜러는 “글로벌 시장 안정에 따라 역외의 매도세계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맞춰 당국의 스무딩도 더 강해질 것으로 보여 내일 1100원을 테스트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0.55p 상승한 1747.58을, 코스닥지수는 5.49p 오른 515.99를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증시에서 2759억원어치를 순매수, 환율 하락에 무게를 실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장 마감 무렵 유로달러 환율은 뉴욕장 종가(1.3425달러)보다 높은 1.3432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93.20엔대를 기록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