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간연구소에서 나오는 보고서나 재테크 관련 책들은 하나같이 부동산 가격의 장기 하락을 경고하고 있다. 부동산에 관해선 거의 종교적 신념에 가까울 만큼 '무조건 사야 한다'는 믿음이 강한 한국에서 대세 하락을 점치는 보고서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도 드문 일이다.

서울의 강남 아파트가 치솟기 시작하던 2000년대 초반. 경제논리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부동산이 미쳤다' '지금은 상투다'는 등의 논리로 강남 입성을 외면했다. 주위에선 강남에 몰려드는 학원을 보고 상투라도 잡겠다며 은행 빚을 냈지만 경제 좀 안다는 사람들은 "큰 코 다칠 것"이라며 애써 현주소에 집착했다.

하지만 이들은 2006년까지 거의 미친 듯이 뛴 아파트 시세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강남의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탓인지 부동산 대세하락을 점치는 보고서도 현실을 모르는 경제전문가들의 한가한 분석 정도로 치부되는 듯하다. 하지만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쯤 부동산 대박의 꿈을 접고 금융자산을 늘리는 쪽으로 자산운용의 큰 틀을 바꿔야 할 때라는 주장에 수긍이 간다.

부동산 대세하락은 인구감소와 가처분 소득 대비 과도한 가계부채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게 보고서들의 핵심 주장이다. 인구감소는 부동산 수요를 줄이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집을 처음 사거나 늘려가는 주요 연령대인 35~54세 인구가 서울은 2010년,인천은 2011년,경기지역은 2018년 정점에 달한 다음 줄게 돼 주택수요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과 미국도 이들 연령대가 감소하기 시작한 1990년과 2007년부터 부동산 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총인구도 2018년 4934만명을 정점으로 준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결국 약간의 시차와 지역별 차이는 있겠지만 몇 년 후부턴 수급 불일치로 부동산 가격의 대세 하락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보고서들의 분석이다.

또하나의 하락요인은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너무 높아 빚으로 집을 산 가계가 더이상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 비율은 작년 9월 말 현재 145%로 미국의 126%나 일본의 110%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편이다. 빚을 갚아나가기가 버겁다는 뜻이다. 지금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 2%로 사상 최저 수준이어서 그나마 버틸 만하다.

하지만 경기회복세가 빨라지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고 이자 부담을 견뎌내지 못하는 가계는 집을 내놓거나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번 시세가 꺾이면 환금성이 가장 떨어지는 게 부동산의 속성이다.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80%를 넘는 현실에서 부동산 거래가 막히면 상당수 가계는 옴짝달싹 못하는 트랩에 갇히게 된다.

최근 발간된 '경제를 보는 두개의 눈'의 저자 한상완은 이렇게 주장했다. "지금은 베이비붐 세대의 내집 마련으로 시작된 부동산 시장의 마지막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장기파동으로 보면 거의 50년 가까이 계속되는 상승국면이다. 4~5년 후부터 꺾이기 시작하면 하락세는 인구구조상 30년간 지속될 수 있다. " 그는 '부동산 하락 카산드라'가 되기로 결심하며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불길한 예언자 카산드라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때 '부동산 불패신화'를 계속 부여잡고 있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다.

고광철 논설위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