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판교신도시인데 분양률이 이렇게 저조할 줄은 몰랐어요. 갈수록 사람들이 찾지 않네요. "

판교신도시 근린상가들이 저조한 분양률에 시달리고 있다. 올 들어 동시다발 분양을 통해 바람몰이에 나섰는데도 투자자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3개월 동안 분양을 진행 중인 판교 근린상가 가운데 실계약률이 40%를 넘은 곳은 거의 없다. 상가 전문가들은 판교상가 분양률이 평균 10% 안팎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3개월 분양에 계약률은 10%대

지난 2월부터 너도나도 분양을 시작한 판교 근린상가는 42곳 5000여개 점포에 달한다. 상가 개발업체들은 대대적인 광고공세를 통해 '대박 한방'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딴판이다. 석 달간 수십억원의 광고비를 쏟아부은 A상가의 경우 외부에는 50% 계약률을 얘기하고 있지만 현지 분양업계와 중개업계에서는 30%로 보고 있다.

판교 · 운중동 등에 10여개의 상가를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 공급 중인 B상가 역시 분양률이 낮아 애를 태우고 있다. 상가 분양팀 관계자는 "국내 최고 신도시에 입지도 좋은 편인데 결과가 이럴 줄은 물랐다"며 "투자자들이 상담만 받을 뿐 계약을 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여러 개의 상가를 단일 브랜드로 묶어 내놓는 상가들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건물 한두 동만으로 이뤄진 상가들은 분양이 훨씬 저조하다. 이들 상가의 실계약률은 10~20%선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두 달간 5%를 분양하는 데 머문 곳도 있다. 오피스 건물의 저층부에 위치한 테크노밸리 내 상가들도 계약률이 오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분양률 부진이 이어지면서 일부 상가들은 건물 일부를 고시원으로 속속 바꾸고 있다. 판교 · 운중 · 삼평동의 한 상가는 이달 들어 6~10층 공간을 고시원으로 넣기로 하고 설계변경에 착수했다. 최근 고시원 · 원룸주택이 부동산 시장에서 관심을 끄는 점을 겨냥한 전략이다.

◆고분양가 · 상권형성 불안이 원인

판교 근린상가 분양 부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높은 분양가 △향후 상권형성 불확실성 △부동산시장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판교 아파트 입주가 거의 마무리됐다지만 당장 분당 · 강남을 능가하는 상권이 형성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선뜻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판교 근린상가 입지가 양호하다고 하지만 분당 등 인근지역과 경쟁할 수 있는 상권이 형성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선분양을 통한 투자결정이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만만찮은 분양가도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지적된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웬만한 판교 상가의 1층 점포 분양가는 현재 5억원 이상(분양면적 45~100㎡)이고 2층도 최소 2억원 이상"이라며 "이 돈을 준공 전까지 1년 이상 묻어두기에는 투자자들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