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의 매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투자를 해야 하는 변곡점이 보입니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죠.외국인들의 사자 랠리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이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할 때입니다. "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코리아리서치센터장(40)은 투자의 '바로미터'로 '외국인 매매'를 꼽았다. 시장의 중요한 변수로 거론되는 금리나 환율도 황 센터장에게는 외국인 변수 다음으로 밀린다. 황 센터장은 "외국인의 매수 매도추이,국내 증시 수급 상황,기업 환경을 함께 연구한 결과 투자자들에게 가장 유용한 투자 기준으로 '외국인'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 센터장이 외국인에 방점을 찍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국내 투자자들은 국내 기업들을 평가절하하고 있는 반면 외국인들은 오히려 한국기업의 성장 잠재력까지 투자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는 게 황 센터장의 분석이다.

그는 "2004년 15%였던 국내LCD업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현재 34%로,17%였던 한국기업의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30%로 세계시장에서 위상이 높아졌는데도 이러한 성과가 주가에 반영되지 못한 점을 외국인들은 잘 알고 있다"며 "지난 21일 코스피지수가 22개월 만에 최고치(1747.29)를 기록한 것도 한국 증시를 매력적으로 본 외국인의 매수세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황 센터장의 투자 기준으로 보면 지금이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 뛰어들 적기다. 앞으로 1~2년간 외국인의 매수세가 크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황 센터장은 "2003~2004년 외국인이 코스피 875선에서 26조원을 매수한 뒤 1470선에서 매도를 시작했다"며 "외국인들이 비슷한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면 2300~2400선까지는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 시기가 늦어질수록 개인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게 황 센터장의 주장이다.

황 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고 주가가 회복될 무렵 외국인들은 한국의 PER(주가수익비율)가 6배로 저평가돼 있을 때 투자하기 시작한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10~11배일 때 비싸게 사기 시작했다"며 "지금 주식 투자를 주저한다면 코스피지수가 2000~2100선까지 오른 뒤 외국인들이 팔고 나가기 시작하는 주식을 비싸게 되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센터장은 일부 투자자들의 우려처럼 외국인들이 갑자기 증시에서 발을 빼면서 증시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외국인들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황 센터장은 "외국인들이 단지 돈이 많아서 한국시장에 40조원을 쏟아부은 것이 아니라 주가 상승 여력을 믿기 때문이며 그들의 투자는 단기 투자가 아니다"고 분석했다. 또 "만약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더라도 현재 증시 대기자금이 36조원에 이르고 정기예금 등으로 흘러들어간 자금도 있어 수습 균형을 맞출 여력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황 센터장은 투자자들에게 내수주보다 수출주를 추천했다. IT 자동차 등 글로벌 소비재 제조업체들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설비와 관련된 기계주 · 장비주 등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현재 각광받고 있는 삼성전기나 LG이노텍 등에서 LG화학 제일모직 현대모비스 등으로 갈아타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황 센터장은 개인 투자자들도 전문가 못지않게 가치 있는 종목을 충분히 발굴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시나 재무제표 등 기업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살펴보는 노력은 투자의 기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제철이 고로에 투자한다는 공시를 보고 투자를 했다면 현재 400%의 수익을 냈을 것이고,LG화학이 LCD 유리기판에 투자한다는 공시를 보고 투자했다면 현재 200%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펀드 투자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 증시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도 꾸준히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정 섹터나 테마에 투자하는 펀드보다는 모든 수출 업종에 고루 투자하는 펀드를 권했다. 황 센터장은 "주식 투자가 꺼려지는 개인 투자자들도 증시 상승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훌륭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화공학도인 황 센터장은 LG화학 기술연구원을 지낸 뒤 2000년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놓으며 주목을 받았다. 신영증권을 거쳐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에너지 및 화학 담당 연구원으로 활약했다. 2008년 38세라는 파격적인 나이로 리서치센터장에 발탁됐다.

글=서보미/사진=김병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