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이틀째 숨고르기 장세를 이어갔다.

기업들의 '깜짝 실적'을 바탕으로 장 초반 장중 연고점을 돌파하며 추가 상승 기대감을 키웠지만 기관과 프로그램 매물 압박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마무리되면서 모멘텀 공백기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수급 요인과 미국증시 흐름을 감안한 대응에 주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49포인트(0.14%) 내린 1737.03에 장을 마쳤다.

이날 지수는 저가 매수세와 미국증시 상승 소식 등으로 8.40포인트(0.48%) 오른 1747.92로 출발했다. 또한 장중 한때 1748.46까지 치솟으며 지난 21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 1748.19를 재돌파했다.

하지만 그리스 재정위기 우려가 지속됐고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면서 프로그램 차익매물이 출회돼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작년 그리스 재정적자가 GDP(국내총생산)의 13.6%로, 그리스 정부 발표치 보다 1%포인트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그리스 국채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가 유럽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외국인이 1655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개인과 기관은 각각 316억원, 772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반면 현물(주식)시장에서 매수세를 보인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는 대량의 매물을 쏟아내면서 프로그램 매매가 7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지수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업종별로는 전날에 이어 보험 업종이 크게 상승했고, 의료정밀과 전기가스, 운수장비, 통신 업종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반면 건설과 은행, 전기전자, 운수창고 업종은 하락했다.

현대차를 비롯한 실적 호전주들의 질주가 계속됐다.

현대차는 전날보다 3.59% 오른 13만원에 거래를 마쳤고, LG디스플레이도 3.41% 오른 4만5450원으로 강세 마감했다. 한국타이어도 실적호전과 중국 공장 증설 추진설에 1.56% 오른 2만2850원을 기록했다.

보험주들의 강세도 두드러졌다.

상장을 앞둔 삼성생명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이 원활학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롯데손해보험 등 보험주들이 1-3%대 강세를 나타냈다.

상한가 8개 종목을 비롯해 323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5개 종목을 포함해 453개 종목이 내렸다.

거래량은 4억5450만주, 거래대금은 5조4438억원을 기록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주도 업종의 1분기 실적발표가 마무리돼 가면서 지수가 잠시 쉬어가는 모습"이라며 "다만 현대차와 LG디스플레이가 호실적을 바탕으로 강세 흐름을 이어가는 것으로 볼때 시장의 상승 추세가 꺾이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또 "위안화 절상 기대로 환율이 또 하나의 시장변수로 작용하면서 추세적인 원화강세가 전망되는 상황이지만 중국 내수소비 증가가 IT와 자동차 등 수출주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출주력 업종에 대한 관심은 유효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