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조건부 재건축 결정이 내려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상가 용도 변경'이란 새 암초를 만났다. 은마상가 B동 3층의 새마을회관과 편의시설동의 지하대피소가 학원 · 서점 등으로 용도가 바뀔 예정이어서 향후 상가를 포함한 재건축 추진 때 조합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6일 은마아파트 주변 중개업소와 강남구청 등에 따르면 은마상가 B동 3층 새마을회관과 편의시설동 지하대피소 등 총 5200㎡가 각각 학원과 서점 · 소매점 등 상업시설로 용도 변경될 전망이다.

은마상가 전체 연면적의 16%가량에 달하는 새마을회관과 지하대피소가 상가로 바뀌면 재건축 추진 때 걸림돌이 되는 상가 소유주들과의 권리금 협상도 힘들어질 수 있다. 기존 상가 소유주들이 용도 변경되는 상가보다 더 많은 권리금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할 경우 사업추진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업시설로 바뀌면 소유주의 지분가치도 높게 평가될 수밖에 없어 재건축 조합원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권리금 인정 등의 문제로 상가를 제외하고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가 있기는 하지만 상가 소유주들과 협의해 재건축을 공동 추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지분이 많은 월드와이드 측과의 협의가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를 가장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월드와이드는 2006년 372억원에 낙찰받았지만 조건부 재건축 결정을 거치면서 현재 자산가치가 수천억원을 웃돌고 있다"며 "용도 변경까지 이뤄지면 자산가치가 더 커져 향후 재건축 때 조합원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새마을회관(4046㎡)과 지하대피소는 은마아파트를 지은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주민들에게 등기를 이전해 주지 않아 2006년 정 전 회장 개인 채무로 경매에 넘어간 물건이다. 당시 월드와이드컨설팅이란 업체가 이를 낙찰받자 일부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은마재산찾기위원회까지 발족시켜 재산 되찾기에 힘써왔다.

강남구청은 월드와이드컨설팅이 용도 변경을 요청하자 주민들의 민원을 고려,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남구청은 월드와이드 측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용도변경을 다시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최근 은마아파트 입주자대표들에게 이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