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1750선에 도달한 국내 증시가 또 하나의 변곡점을 맞았다. 예상보다 양호한 경기 회복세를 감안하면 추가 상승도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지수 수위가 높아진 가운데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은 단기적으로 부담 요인이다. 외국인은 한국 경제의 뛰어난 회복력과 기업이익 증가세를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이후 각국의 '출구전략' 가능성도 감안하는 분위기다. 지난 2월 이후 지수 상승을 주도해 온 외국인의 움직임에 따라 증시 방향성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성장률 전망 'up'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8%로 전망치를 웃돈 데 대해 외국인은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샤밀라 웰런 BoA메릴린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수출과 소비 위축으로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워낙 안 좋게 나온 탓에 1분기 반등은 예견됐던 일"이라며 "기대했던 대로 소비 회복과 고정투자 증대 등 성장의 질도 개선됐다"고 말했다. 서영호 JP모간증권 서울지점 상무도 "한국의 기업 실적이 좋고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이미 외국인 사이에서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어 더 이상 투자심리를 움직일 만한 변수는 못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달 말부터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메릴린치와 다이와증권이 전망치를 각각 6.2%와 6.8%로 끌어올렸고 크레디트스위스(CS)는 5.2%였던 추정치를 이날 6.2%로 상향 조정했다. 조지프 라우 CS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에 비해 뒤처졌던 내수로 성장동력이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투자와 수출,재고 등 GDP 구성 요인들이 모두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 전망은 여전히 'good'

외국인은 이날 '깜짝 GDP' 발표에도 불구하고 1226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미국 증시는 유럽 재정 불안에 대한 우려로 혼조세를 보이며 잠시 쉬어가는 양상이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정점을 지나면서 상승 탄력이 둔화되고 있는 점도 외국인 매수세가 이전만 못한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CS는 기업마진 개선으로 코스피지수가 1900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시장 평균'이던 한국의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외국인에게 판매되는 역외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피델리티자산운용의 장성문 투자관리팀 이사는 "1750이라는 숫자만 보면 주가가 비싸 보이지만 기업이익의 질이 달라지고 있어 과거와는 다른 밸류에이션(주가 수준) 잣대를 적용해야만 한다"며 "올해 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미만인 점은 상당히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관 자금의 유입도 두드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 이사는 "그간 이머징 증시에 투자하지 못했던 연기금 보험 등 보수적인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오는 6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을 겨냥해 한국물에 대한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계 주식영업 담당자들은 MSCI지수 편입 이후 적어도 3분기까지는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출구전략'은 경계 요인

고성장에 뒤따르는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은 외국인도 경계심을 갖고 주목하는 변수다. 미국과 중국의 수요 증가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점에서 원 · 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충격은 상쇄될 수 있지만 각국의 '출구전략'은 시장 유동성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주 G20 재무장관 회의 이후 개별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국가들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선 6 · 2 지방선거를 앞둔 점을 감안할 때 이르면 3분기에 금리 인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 상무는 "실적의 주가 반영은 마무리 국면이어서 앞으로는 금리와 정책 변화 등이 이슈가 될 전망"이라며 "외국인이 종목을 선택하는 기준도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중심에서 정책 수혜주 등으로 보다 세밀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김경덕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금리 수준이 워낙 낮아 금리를 올리더라도 당분간 글로벌 증시는 상승 국면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강지연/김유미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