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유럽발(發) 악재의 여진이 계속되면서 사흘연속 하락해 1730선을 내줬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수가 연고점을 뚫은 후 에너지가 소진된데다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악재 민감도가 커지고 있어 당분간 쉬어가는 기간조정 양상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49포인트(0.32%) 내린 1728.42에 장을 마쳤다.

이날 지수는 그리스와 포르투갈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폭락했던 미국증시가 반등했다는 소식에 전날보다 4.86포인트(0.28%) 오른 1738.77로 출발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매도세로 태도를 바꾸면서 하락 반전해 한때 1720.67까지 밀리는 등 장중 내내 불안한 모습을 이어갔다. 전날 고수했던 심리선인 20일 이동평균선(1730)도 밑돌고 말았다.

28일(현지시간)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0.25%로 동결하고, 상당기간(extended period) 현 기준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문구도 유지했다는 소식이 장초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까지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전날에 이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외국인들이 이틀간 선물시장에서 대규모 순매도 행진을 벌이면서 프로그램 매물이 급증한 것도 지수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개인은 598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816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장중 내내 매도세를 보인 외국인은 장 막판 543억원의 순매도 전환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가 1046억원, 비차익거래가 248억원의 매도세를 보이며 전체적으로 1295억원의 순매도를 기록 했다.

업종별로는 운수창고와 의료정밀, 운수장비, 통신, 종이·목재 업종이 강세를 보였고, 기계와 의약품, 비금속광물, 유통, 건설, 보험 업종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약세장에서도 현대차그룹 관련주들이 질주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환매가 운수장비 업종에 몰리면서 현대차(3.04%)와 현대모비스(3.62%)가 장중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기아차(1.89%)도 강세를 이어갔다.

해운주들은 벌크선운임지수(BDI) 반등 소식에 강세를 나타냈다. 현대상선(5.66%)이 크게 올랐고, 한진해운(1.18%)도 강세를 유지했다.

1분기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LG생명과학(-5.34%)이 급락했고, 향후 실적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 LG전자도 2%대 내림세를 보였다.

상한가 15개 종목을 비롯해 348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4개 종목을 포함해 448개 종목이 내렸다.

거래량은 4억3269만주, 거래대금은 6조4474억원을 기록했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이 연고점을 뚫은 이후 에너지가 소진되면서 악재 민감도가 커지고 있다"면서 "5월로 접어들면서 미국과 중국 등도 경기모멘텀이 둔화될 수 있어 지수는 쉬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 팀장은 또 "그렇다고 지수가 1700선 아래로 되밀릴 정도는 아닌 만큼 가격조정 보다는 기간조정 형태가 될 것"이라며 "여전히 수출 경기는 좋은 만큼 정보기술(IT)과 자동차주에 대한 순환매에 대응하는 전략이 유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