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의 환율 방어 능력이 5월의 외환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생명의 상장과 중국의 위안화 절상, 상반기 중 씨티 글로벌국채지수(WGBI) 편입 등 원화 강세 요인이 하나 둘씩 현실화되거나 임박하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당국은 "쏠림현상이 나타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원화 강세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당국의 강력한 개입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로존 재정위기 우려와 골드만 삭스 피소 등 대외 불안 요인들이 지난달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는데도, 정부의 이 같은 발언으로 원화 강세 압력이 일부분 억제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외환시장은 당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당국이 강도 높은 구두개입을 단행한 것은 개입 패턴의 변화 가능성을 예고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는 "최근 2~3년간 당국은 속도조절용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의 개입에만 나섰지만, 이제는 '끌어올리기식 개입'이 나왔다"면서 "이것이 앞으로 외환시장에 어떤 변화를 줄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변지영 우리선물 애널리스트는 '5월 외환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기 회복, 위안화 절상 기대, 경상흑자 기조 등 원달러 환율의 하락 재료가 다분한 여건에서 당국의 개입 강화는 과도한 숏마인드(달러 매도 심리) 해소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최근 부각되는 자본통제 논의가 확대되면 정부의 환율 방어 노력에 한층 힘이 실릴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월간 외환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이미 브라질과 인도 등 신흥국들은 앞다퉈 자본통제 조치를 도입했고,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그 필요성을 지적하는 등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라며 "이 경우 당국의 개입 방식이나 양상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국의 개입 패턴 변화에도 5월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조재성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은 그동안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와 이에 따른 경기 회복 둔화 가능성, 무역수지 악화 등을 이유로 환율 하락을 제한해 왔다"면서 "4월 무역수지가 환율 하락에도 흑자를 냈고, 5월 무역수지도 흑자가 기대되는 점은 당국의 개입 명분을 퇴색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의 예상치인 연간 200억 달러 무역수지 흑자는 충분히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경상수지 흑자폭도 한국은행이 최근 조정한 예상치보다 많은 150억 달러 이상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장보형 연구위원도 "5월에도 원달러 환율의 하락압력은 거셀 것"이라며 "대외 불안 요인인 소버린 리스크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심화되지만 않는다면 재정 건전성 등 원화의 양호한 펀더멘털을 부각시킨다는 측면에서 원화 강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