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추선 폭발로 미국 멕시코만 연안의 원유 유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 직접손실과 환경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계 석유메이저인 BP가 이번 사고로 약 125억달러의 비용청구서를 받아들 수 있다고 3일 추정했다. 전체 비용은 유출된 기름 제거비,보상비,자체 손실비를 포함한 것이다. 현재 사고 유정에서 매일 최소 5000배럴 이상이 분출되고 있지만 이를 틀어막지 않으면 하루 10만배럴까지 크게 확대될 수 있어 청구서 액수는 더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세계 석유업계는 2010~2014년 5년 동안 심해유전 개발에 167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FT가 추정한 BP의 청구서는 이 같은 개발비의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BP의 자체 손실비에는 사고 시추선인 '딥워터 호라이즌' 가격 5억6000만달러와 사고 유정인 '마콘도' 시세 1억달러가 포함된다.

지난달 20일 폭발과 함께 기름 유출이 시작된 이후 BP는 미국 증시에서 320억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날도 주가가 3.8%나 하락했다. 여기에다 기업 신뢰도가 깎이는 등 무형의 피해도 감안해야 한다고 FT는 전했다. BP가 사고를 대비해 가입한 보험사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최대 15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멕시코만 인근의 루이지애나,플로리다,앨라배마,미시시피 등 비상사태가 선포된 4개주에서 어업과 환경 피해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유출 기름이 확산되면 어업 · 관광 · 환경 피해액이 연간 1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루이지애나주의 경우 새우 굴 등 연간 3억달러어치 이상의 어획량을 올리고,스포츠 낚시꾼들이 연간 15억달러를 소비하는 곳이다.

미국 정부는 BP에 어업 피해 등 모든 비용을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BP의 토니 헤이워드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미국 공영방송인 NPR에 출연해 "합당한 모든 손실비용의 청구에 응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액수로 쉽게 계산되지 않는 정치적 비용까지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보수층은 기름 유출 사고를 내세우며 오바마 정부 공격에 돌입했다. 보수 성향의 라디오쇼 진행자인 러시 림보가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자신의 프로그램을 통해 이번 사건을 '오바마의 카트리나'로 규정하면서 오바마 정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맹비난했다. 앞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남부 루이지애나 일대를 강타했을 당시 안이하게 대처해 집권 후반기에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곤욕을 치렀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 달 전 발표한 미국 동부연안의 유전 및 가스전 추가 시추 허용 방침 역시 도마에 올랐다. 보수진영은 물론 진보진영 인사들마저 그가 대선 후보 시절 공약과 달리 추가 시추를 허용키로 한 결정은 앞을 내다보지 못한 단견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