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낮죠? 그래도 기본금리인 연 2.7%밖에 드릴 수 없습니다. "

지난 4일 국민은행 서소문 지점."800만원을 1년 만기 정기예금에 가입하려 한다"고 하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좀 올려 줄 수 없느냐"고 되묻자 "1000만원이 넘어야 지점장 우대금리를 적용해 최고 연 3.25%를 줄 수 있다"는게 창구직원의 설명이었다.

비슷한 시간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명동지점."800만원을 1년 만기 정기예금에 가입할 경우 금리가 어느 정도냐"고 묻자 창구직원은 "금액에 관계없이 연 4.1%"라고 대답했다.

800만원일 때 국민은행과의 금리차는 1.4%포인트.1000만원이 넘으면 0.85%포인트로 좁혀진다. "별 차이가 없다"고 중얼거리자 옆에 섰던 중년 남자는 "그래도 저축은행 금리가 은행보다는 높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지역에 몰려 있는 은행과 저축은행 영업점을 기자들이 직접 찾아가 봤다. 느낀 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아무리 금액이 많더라도 금리를 얹어 주면서 예금을 적극적으로 받으려는 의지를 직원들에게선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발품을 팔아 더 높은 금리를 주는 곳을 찾으려는 예금자들은 매우 많았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예금 금리에 관한 한 유연성이 거의 없었다. 정기예금 금액에 따라 고시금리,지점장 우대금리,본점승인금리 등을 비교적 엄격히 적용했다. 국민은행은 1000만원 미만은 연 2.7%(고시금리),1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은 3.25%(지점장 우대금리),1억원 이상은 3.4%(본점 승인금리)를 각각 제시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1억원 미만일 때 연 3.3~3.4%,1억원 이상이면 연 3.5~3.6% 정도를 적용했다.

외환은행은 고시금리(연 2.5%)와 지점장 우대금리(2.8%)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창구직원들은 대신 연 3.39%가 적용되는 특판예금을 권유했다. 신한은행만 금액에 관계없이 연 3.45%를 주고 있었다.

1000만원 이상을 1년 만기 정기예금에 들면 연 3%대 초반의 금리를 받을 수 있지만 1000만원 미만일 때는 2%대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3월부터 이런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곳 잃은 돈은 은행으로 모이고 있다.

국민 · 우리 · 신한 · 하나 · 기업 등 5개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3월 말 308조7000억원에서 4월 말 312조8000억원으로 4조1000억원 늘었다. 은행 관계자들은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아 거액 기관예금은 일부 사절하고 있다"며 "개인예금은 사절하지 못하지만 금리를 추가로 얹어주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3월만 해도 연 5%대 금리를 줬던 저축은행들도 한 달여 만에 연 4%대 초반까지 금리를 떨어뜨렸다.

각종 우대금리를 포함해도 실제 영업점에서 받을 수 있는 금리는 4.1~4.4%에 지나지 않는다. 은행보다 월등히 금리가 높다고 큰 소리치는 시기는 지났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지난 4일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기준금리를 연 4.2%에서 4.1%로 0.1%포인트 인하했다. 인터넷으로 가입한 고객들에게는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붙여준다.

이처럼 낮은 금리에도 이 은행의 명동지점은 다만 몇 푼의 이자라도 더 챙기려는 고객들로 크게 붐볐다. 한 영업직원은 "인터넷 우대금리를 제외하고 어떠한 우대금리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형/이태훈/이호기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