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돈 주고도 못 사는 여자마음 '콕' 집어내는 법
한 미국인 부부가 수입차 매장을 찾아 BMW 540i를 시험운전했다.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엔진출력과 가속력 등 성능에 대해 시시콜콜 설명을 들으면서도 여자는 게 집게발처럼 생긴 컵 홀더의 부실함이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아침마다 출근길에 들고 나가는 커피 보온컵을 제대로 지탱할 수 있을지 걱정이 돼서다.

판매사원은 그러나 여자의 질문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시했다. 그리고 부부는 한 인터넷 자동차 용품 사이트에서 유럽산 자동차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컵 홀더를 발견한 후 다른 대리점에서 같은 자동차를 구매했다.

이 일화는 《왜 그녀는 저런 물건을 돈 주고 살까?(Why she buys)》의 저자가 실제 경험한 이야기다. 사소한 것 같지만 컵 홀더 하나 때문에 판매사원은 자동차 판매기회를 놓친 것이다. 왜 그럴까. 남성은 무엇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관심이 있는 반면 여성은 그것이 자신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새 냉동고의 크기가 정확히 얼마인지 묻기보다 "냉동피자가 들어갈까요?"라고 묻는 게 여성이다.

그러나 의사 결정권자인 남성들은 주고객인 여성들의 이 같은 심리와 행동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저자는 가정의 경제권과 구매 거부권을 장악한 여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략하기 위해 알아야 할 여성의 감춰진 심리와 행동,언어,남녀의 성 차이를 활용하는 비즈니스 전략과 매출 극대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성(性) 차이'가 소득이나 연령,소비패턴과 마찬가지로 제품과 서비스의 성격,마케팅 전략을 바꿀 수 있는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한다. 모호하게 '여성을 겨냥해 전략을 세워라'라는 식이 아니라 여성의 뇌 구조와 세계관,심리학,인구학적 변화 등에 근거해 최고의 소비자층인 여성에게 다가가는 지름길을 제시했다. 노동 인구 변화와 일하는 엄마(워킹맘)의 증가,결혼 · 출산 연령의 동반 상승,출산율 감소,이혼 증가,고령화 등의 변화 추세를 짚어주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하이힐을 신은 여성을 위해 특별한 페달을 제작한 볼보자동차,면도기는 남성 전용품이라는 편견을 깨고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여성 면도기 시장에 뛰어든 질레트,정체된 골프용품 시장에서 여성에게 맞는 환경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캘러웨이 등의 성공사례도 소개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