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은 내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해 재무보고를 해야 한다. IFRS를 우리 회계기준(K-GAAP)과 비교하면,우선 자회사들과 모회사를 묶어 하나의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연결재무제표가 주 재무제표가 되고,공정가치 평가대상의 범위도 매우 넓어진다. 수익과 비용의 인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일례로 IFRS에 의하면 건설사의 아파트분양은 공사진행에 따라 매출을 잡지 않고,완공후에 잡는다. 작년에 IFRS를 도입한 KT&G의 경우 이 차이로 인해 매출이 약 720억원 감소했다. 그 외 퇴직급여부채의 추정방법도 크게 다르며,영업이 주로 해외에서 이뤄지는 기업은 원화가 아닌 기능통화(기업의 주요 수익과 비용이 결제되는 통화)로 재무보고를 해야 한다.

IFRS 도입이 미칠 재무적 영향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법인세에 미칠 충격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세법은 기업회계 의존도가 높아서,수익과 비용 중 회계기준에 따라 결산에 반영하지 않으면 세법상 불인정하는 항목들이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감가상각,대손상각 등이다. 상당수 기업들은 감가상각비를 계상할 때 세금을 줄이기 위해 상각기간(즉 내용연수)을 임의로 짧게 잡는데,IFRS는 내용연수의 적정성을 중요시하므로,지금보다는 상각기간을 더 길게 잡아야 한다. 가령 1조원의 자산을 5년에 걸쳐 매년 2000억원씩 상각하던 기업이 이를 10년으로 늘리면 감가상각비가 매년 1000억원 감소하므로,법인소득이 늘어나고 법인세가 증가한다.

또 손해보험회사들은 비상위험준비금을 비용으로 인식하는데,IFRS는 이러한 임의성 준비금을 비용으로 잡지 못하게 했다. 이는 보험회사들에 심각한 법인세 부담의 증가로 이어진다. IFRS 도입으로 모든 기업의 법인세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건설사 아파트분양 매출의 경우 수익 인식이 완공후로 넘어가므로 법인세 납부도 이연돼 법인세가 줄어든다.

법인세 부담의 변화에 따라 기업들의 대처가 중요해졌다. 감가상각비나 비상위험준비금 등의 문제는 결산조정항목을 신고조정으로 전환할 수 있으면 해결된다. 신고조정은 과세소득 계산을 위해 결산서의 순이익을 조정하는 것이므로 IFRS로 인해 결산에 반영된 수익과 비용의 영향을 배제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책은 세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데,최근 세수감소를 염려하는 정부로서는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결산조정이 아닌 항목의 문제는 재무보고와 법인세 신고를 분리함으로써 해결할수 있다. 일례로 K-GAAP은 재고자산에 대해 후입선출법(LIFO)을 인정하고 세법도 이를 인정한다. LIFO는 가장 최근 매입한 재고부터 먼저 판매된다고 가정하고 매출원가를 결정하므로,매입단가가 상승할 때에는 매출원가가 크게 잡혀 소득이 감소하고,법인세도 줄어든다. 그러나 LIFO는 재고를 현행 가치보다 현저히 과소 계상하므로 공정가치를 중시하는 IFRS는 LIFO의 사용을 금지했다.

GS칼텍스는 2008년까지 LIFO를 사용하다 2009년 평균법으로 변경했는데,이는 IFRS 도입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재고는 약 6200억원 늘었고,이익은 2400억원가량 증가했다. 회사가 법인세 신고용으로는 LIFO를 계속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그렇다면 법인세 부담은 늘어나지 않았을 것이지만,재무보고와 법인세 신고를 위해 각각 별개의 장부를 유지 관리해야 하는 비용은 추가로 부담했을 것이다.

이처럼 기업에 따라 장부 두 개를 유지하는 비용이 과도하지 않다면 당분간 기업회계와 세무보고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IFRS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운오 서울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