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게임단을 운영하는 12개 기업에 16일 비상이 걸렸다. 이들 중 절반이 넘는 7개 게임단에 소속된 전 · 현직 프로게이머 11명이 승부조작에 연루돼 검찰의 사법처리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건이 확대되자 S기업 등 일부 후원사는 팀 자체를 정리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여 e스포츠의 대명사격인 스타크래프트 시장이 크게 위축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검찰 수사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위재천)는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들을 매수해 승부를 조작하고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챙긴 혐의(사기 등)로 게이머 양성학원 운영자인 박모씨(25)를 구속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또 정모씨를 불구속기소하고 조직폭력배 김모씨를 지명수배했다.

검찰은 이들과 게이머들을 연결해준 프로게이머 M씨(23 · CJ 소속)와 W씨(23 · 하이트) 등 현직 프로게이머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돈을 받고 일부러 경기에서 져주는 등 승부를 조작한 S씨(21 · eSTRO)를 비롯 온게임넷,KT,STX 등에 소속된 게이머 6명과 전직 게이머 2명은 벌금 200만~500만원에 약식기소 또는 불구속기소 됐고 공군팀에 소속된 1명은 군검찰로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와 김씨,정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M씨 등을 통해 경기에 출전하는 게이머들에게 건당 200만~650만원을 주고 경기에서 고의로 지도록 사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10여 차례 승부를 조작하고 불법 도박사이트에 돈을 베팅해 1억5000만여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M씨도 "아는 형이 OOO전에서 져주면 돈을 주겠다고 했다"며 게이머들을 사주,경기에 지도록 하고 승부조작된 경기에 베팅해 3000여만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본좌' M씨의 추락

M씨는 2007년 초까지 '스타크래프트'의 본좌,마에스트로라는 칭호를 얻을 정도였다. 70%가 넘는 승률로 각종 대회를 석권,최초로 상금 1억원 시대를 열었다. 소속사로부터 받는 연봉은 인센티브를 포함해 2억원이나 됐다.

M씨는 그해 3월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신예 게이머에게 충격의 3-0 패배를 당한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8년 이후 승률이 50%를 밑돌면서 2군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연봉은 30~40% 삭감됐고 대회 상금도 대폭 줄었다.

'본좌'라는 별명이 잊혀져가던 지난해 12월,M씨는 스타크래프트 승패를 걸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도박을 하던 축구선수 정모씨(28)로부터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제안을 받고 빠져들었다. 게이머들은 게임 속에서 상대방과 전쟁을 하는 유닛들을 제대로 조종하지 않거나 경기 전 자신의 전술을 상대방에게 미리 알려주는 등의 방법으로 승부를 조작했다.

◆e스포츠 충격

e스포츠계는 이번 사태로 인해 청소년의 인기문화로 자리잡은 스타크래프트의 열기가 식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e스포츠협회에 따르면 현재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단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 KT STX 등 모두 12곳(공군 포함),협회에 등록된 게이머는 약 400명으로 모두 연봉계약을 통해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e스포츠 시장은 올해 1207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