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최대 수출전략산업으로 떠오른 원자력발전의 안전 설계기술을 전 세계적으로 공인받기 위한 첫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은 18일 최근 가압경수로 열수력 실험장치 '아틀라스'(ATLAS)의 안전평가 1단계를 2년 만에 종료했다고 밝혔다.

아틀라스는 한국형 원전 APR-1400을 그대로 본떠 만든 미니어처 설비다. 이 설비를 통해 원전의 안전을 미리 평가할 수 있다. 진정한 원전 강국이 되려면 설계와 안전기술(아트라스)을 함께 갖춰야 하는데 이번에 한 축을 완성한 셈이다. APR-1400은 아랍에미리트(UAE)에 4기(200억달러)가 수출됐고 2012년께 완공될 신고리 3 · 4호기에도 들어갈 최신 한국형 원전이다.

◆경쟁국에 대항할 '공인 안전 성적표'

원전의 안전성은 방사능 유출 등 사고 과정을 전산화한 컴퓨터 프로그램(안전해석코드)과 아틀라스와 같은 실험설비에서 나온 데이터를 비교해서 판단한다. APR-1400을 288분의 1로 줄여놓은 아틀라스는 APR-1400과 똑같은 압력(150기압)과 온도(300도) 조건에서 열수력(냉각수 움직임에 따른 열 전달 현상)을 체크하는 장치다. 핵연료가 아닌 전기 가열봉을 사용한다는 점만 다르고 나머지는 APR-1400과 똑같다. 예를 들면 냉각 기능이 고장나 우라늄이 1200도 이상으로 가열돼 방사능이 유출되는 사고의 경우 안전해석코드와 아틀라스 데이터를 비교하면 안전성이 입증된다.

이번 1단계 평가에선 APR-1400에 독자적으로 적용된 DVI(원자로 용기 직접주입) 노즐 파괴 사고를 집중적으로 검증했다. DVI는 비상상황에서 냉각수를 더 투입할 필요가 있을 때 배관을 통하지 않고 원자로 용기 안에 냉각수를 직접 넣는 장치다. KAERI 등은 1단계 검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다음 달부터 1년간 저온관(증기발생기→원자로용기)이 깨지는 상황을 가정한 2단계 평가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최기용 한국원자력연구원 열수력안전연구부 선임연구원은 "한전 전력연구원(KEPRI) 한국전력기술(KOPEC)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발전기술원(NETEC)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등 국내 모든 원전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라며 "프랑스 등 경쟁국에 안전성을 내세울 때 상당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설계코드 자립에도 한발짝

아틀라스의 성공적 운영은 안전뿐 아니라 원전 설계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국내 원전 기술은 △안전해석코드 등 원전 설계코드 △냉각수 순환펌프 △계측제어시스템 등 세 가지 분야에서 해외 의존도가 크다. 그러나 아틀라스에서 실험 데이터가 본격 생성되면서 설계코드의 효용성을 입증하고 이를 국산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아틀라스는 또 한전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제출한 APR-1400의 설계인증(DC) 절차에도 큰 보탬이 될 것란 관측이다.

NRC 심사는 사전 평가에만 2~3년이 걸리고 실제 평가가 완료되기까지는 5~6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NRC가 수시로 요구하는 수백 가지 검증절차를 아틀라스를 통해 실험하고 관련 데이터를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NRC-DC 추진팀장인 박문규 KEPRI 수석연구원은 "DC를 받기까지 대단히 길고 어려운 과정인데 아틀라스가 없었으면 DC 신청에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UAE 원전 1기가 준공되는 2017년 이전까지는 NRC DC를 통과해 미국 등 전 세계 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