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과 자동차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물 폭탄이 쏟아졌다. 외국인 매도에 기관까지 가세하면서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형 IT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부품주를 포함한 자동차주도 무차별적인 차익 실현 공세에 맥없이 무너져내렸다.

불안한 증시 흐름이 지속되면서 일부 업종에 매도세가 몰리는 '쏠림현상'이 주가 낙폭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은 발빠르게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투자호흡이 짧아지면서 '단타 매매'도 늘어나는 양상이다.

◆외국인 · 기관 동반 매도에 주도주'휘청'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삼성전기가 10만1500원으로 6.25% 급락하는 등 대형 IT주들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LG디스플레이는 4만2200원으로 3.87% 하락했고 최근 급등 행진을 벌였던 삼성SDI(-6.23%)와 삼성테크윈(-5.14%)도 큰 폭으로 밀려났다. 삼성전자가 1%가량 오르며 홀로 선전을 펼쳤지만 외국인(1310억원)과 기관(677억원)이 동시에 '팔자'에 나서면서 IT주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현대차가 3% 넘게 밀려나는 등 IT와 함께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자동차주도 줄줄이 떨어졌다. 기아차는 2만9250원으로 7.73%나 급락하며 닷새 만에 3만원 선 아래로 밀려났고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도 각각 4%와 7.3% 하락했다.

주도주들의 부진에 이날 코스피지수는 1643.24로 8.27포인트(0.50%) 하락,전날 간신히 지켜냈던 200일 이동평균선(1644.58)을 소폭 하회했다. 포스코 삼성생명 한국전력 등 그간 소외됐던 대형주들이 저가 매수에 힘입어 반등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로존의 펀더멘털(경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수요 둔화가 우려되는 IT와 자동차주의 매물이 쏟아졌다"며 "외국인 매도에 수익률을 보전하기 위한 기관의 '팔자'가 더해져 쏠림현상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반종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루 전 삼성전자의 투자계획 발표로 이슈가 사라진 데다 중국의 긴축정책으로 노동절 특수가 기대만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IT 부품 및 장비주를 대거 매수했던 자문사 등이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개인은 단타 매매 열중

개인은 이달 들어 지난 13일 하루를 제외하곤 연일 저가 매수 중이다. 이날 2237억원을 포함해 열흘간 사들인 금액만 3조4581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단기 매매에 치중하고 있어 지수 하락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형주와 우선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옮겨다니면서 증시 내 회전율도 상승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 회전율은 지난달 0.4~0.5% 수준에서 17일 0.79%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상장 주식 회전율도 1.18%에서 1.28%로 뛰었다. 시가총액 회전율은 하루 거래대금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손바뀜'이 활발하다는 의미다. 상장 주식 회전율은 거래량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회전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아트원제지우(492%) CJ씨푸드1우(378%) 쌍용양회우(290%) 등이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부 '큰손' 개인이 현물을 매수하는 한편 선물시장에서 대규모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며 단기 차익을 거두고 있다"며 "이는 가뜩이나 불안한 증시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도 개인은 오전 한때 3000억원에 달하는 선물을 팔았다가 되사 결국 2837억원 매수 우위로 거래를 마쳤다.

한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개인 비중이 높은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의 거래량이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고 개별 주식선물의 거래량도 급증하는 등 개인들은 박스권 장세에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