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을 하는데 주위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면 좋아할 골퍼가 있을까. 1타로 희비가 갈리는 프로 세계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소란 무시'도 골퍼의 능력이다. 적어도 최경주(40)의 생각은 그렇다.

원아시아투어 겸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오픈(총상금 9억원) 1라운드가 펼쳐진 20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GC 오션코스(파72).올해 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에서 타이거 우즈(미국)와 함께 공동 4위를 차지한 최경주 조에 갤러리들이 몰려들었다. 그의 동반플레이어는 역대 챔피언인 배상문(24 · 키움증권)과 박상현(27 · 앙드레김골프)이었다.

후반 그늘집 근처인 16번홀(파4) 티잉그라운드.배상문이 전 홀에서 버디를 잡고 맨 먼저 티샷을 하려고 하는데 진행요원이 갤러리들에게 '조용히 해달라'며 큰 소리로 외쳤다. 배상문은 어드레스를 풀고 다시 티샷을 날렸지만 볼은 훅이 걸려 깊은 러프로 날아갔다. 결국 그 홀에서 '3온3퍼트'로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전 홀까지 6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달리던 배상문은 4언더파 68타로 경기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최경주도 18번홀(파5) 티샷 때 백스윙 중간 단계에서 스윙을 멈춘 뒤 다시 어드레스를 해야 했다. 그 역시 갤러리들의 소음 때문이었다. 최경주의 티샷은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최경주는 경기 후 "갤러리들이 소리를 내거나 사진을 찍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묻자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리듬대로 샷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나를 좋아하므로 사진을 찍는 것'이라거나 '소란을 피우면 오히려 주위 갤러리들이 나서서 말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스윙 타이밍에 맞춰 플레이를 하라는 것이다. 최경주는 "주위의 소란에 일일이 신경 쓰다 보면 경기 진행도 늦어지고 자신의 리듬도 깨진다"며 "그런 외부 변수들에 대해 평상시 익숙해지도록 해두는 것도 일류선수의 요건"이라고 설명했다.

대회 첫날 '장타자' 김대현(22 · 하이트)은 보기 없이 버디만 6개 잡고 6언더파 66타를 기록했다. 이승호(24 · 토마토저축은행),황재민(31 · 김안과병원),브랫 케네디,헨리 엡스타인(이상 호주) 등과 함께 공동 1위다. KPGA투어 상금랭킹 1위(약 2억3000만원) 김대현은 2주 만에 시즌 2승을 올릴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았다. 김대현은 "코스가 넓은 데다 OB가 없어 장타자가 유리하다. 이 코스 파5홀에서 모두 2온을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대현은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가 '캐리'(떠가는 거리)로 305야드,'런'(낙하 후 굴러가는 거리)까지 합할 경우 315야드라고 말했다.

최경주는 재미교포 케빈 나(27 · 타이틀리스트)와 함께 2언더파 70타의 20위권으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초반 그린 스피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보기 3개를 쏟아낸 최경주는 버디 5개로 만회했다. 18번홀(파5)에서는 두 번째 우드샷을 그린 오른편 워터해저드에 빠뜨리고도 네 번째 샷을 홀 옆 3m 지점에 떨어뜨린 뒤 파를 세이브했다.

/영종도(인천)=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