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한은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월급이 많고 정년까지 보장돼 '신의 직장'이라 불리지만 민간부문과의 인적 교류가 거의 없고 조직문화도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은을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김 총재가 그리고 있는 새 한은의 모습은 'G20 의장국 위상에 걸맞은 중앙은행'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월31일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한은 총재가 과거엔 국내에서만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제부터는 글로벌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을 반영한 것이다. 김 총재는 취임 일성으로 "누구나 한은의 말에 귀를 기울이도록 권위를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총재는 현재 한은의 조직체계가 글로벌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우선 중간관리자 8명으로 지난달 구성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한은 내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조직의 문제점들을 듣고 있다.

김 총재는 다음 달께 외부 컨설팅업체에 한은 발전방안을 의뢰할 생각이다. 외부 연구용역 결과는 8~9월께 나올 예정이며 김 총재는 이를 참고해 한은 개혁방안을 확정한다.

김 총재는 한은의 '직군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다. 직군제란 한은의 업무를 기획 조사 국제 금융안정 경영관리 등 5개 직군으로 나누고 직군 내에서 전문성을 키우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전임 이성태 총재는 이 같은 직군제를 토대로 승진인사를 실시했다.

한은 안팎에선 이 같은 직군제가 한은의 폐쇄성을 키워 내부에서조차 의사소통이 안 되고 큰 틀에서 문제를 바라보지 못하도록 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나 금융감독원과 비교하면 한국은행은 민간부문과 거의 소통을 하지 않아 직원들의 퇴직 후 재취업에서도 경쟁력이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 총재는 이와 함께 부서 통폐합도 고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외환시장 안정 업무를 담당하는 국제국은 자금시장을 관리하는 금융시장국과 합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큰지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 총재는 외국 중앙은행 및 국내 민간과의 인사교류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G20장관 · 총재회의 기간 중 11개국 중앙은행 총재와의 개별면담을 통해 인사교류 방안을 제시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민간과의 교류와 관련,"능력있는 한은 직원이 민간으로 나가 경험을 쌓고 돌아오거나 민간의 유능한 인재가 한은에 들어오는 시스템이 돼야 한은의 전체적인 능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를 통해 한은의 조사연구 능력을 높이고 이를 토대로 적극적인 정책제안을 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김 총재가 한은의 위상 강화를 위해 할 일은 한은의 설립 목적에 '물가안정' 외 '금융안정' 기능이 추가되도록 한은법 개정을 위해 뛰고,재정부의 열석발언권 행사 등이 자제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연구소 관계자는 "내부 손질만으로 한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법적 및 제도적으로 한은의 역할을 새로 정립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