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인 20조원의 증거금이 몰린 삼성생명이 지난 12일 시가총액 4위로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했지만 주가는 공모가(11만원) 밑에서 맴돌고 있다. 유럽발 재정 위기라는 악재에 휩쓸린 탓이다. 공모주 투자자들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나 서울 강남지역에선 일부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물량 확보에 나서 주목된다.

삼성생명 상장 대표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의 조양훈 기업금융담당 상무는 상장 이후에도 하루에 수십 통의 문의전화를 받는다. 조 상무는 "상장 이후에는 한시름 덜 줄 알았는데 항의성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며 "5.7% 하락한 17일에는 그야말로 빗발치듯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투자자의 항의전화는 청약 신청을 받았던 각 증권사 PB센터에도 이어지고 있다. 최용우 우리투자증권 명동WMC지점 PB 팀장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공모가가 지나치게 높았던 것 아니냐' 등의 전화가 이어졌다"며 "일부 성급한 투자자들은 주가가 실망스럽다는 이유로 상장 이틀 만에 주식을 팔아치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경준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차장은 "삼성생명에 대한 기대가 컸고 뒤이어 상장한 만도가 강세를 보이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하지만 주가 하락폭이 크지 않고 증시 전체가 빠지는 상황이어서 지나치게 불만을 늘어놓는 투자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현규 삼성증권 명동지점 PB는 "1억원을 청약한 투자자가 평균 45주밖에 받지 못했는데 요즘 상황에선 결과적으로 주식을 덜 받아 다행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생명 상장 후 7거래일 동안 51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삼성생명 주식을 712억원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환희 KB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차장은 "배정 물량이 적은 데다 증시가 회복된다면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상태에서 사겠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이 이어진다"고 전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