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개막한 제63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시'가 각본상을 수상했다. 각본상은 황금종려상, 심사위원상대상 다음인 3등에 해당하는 상이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진출 당시부터 주목을 받아온 영화 '시'는 칸 영화제 기간 동안 연일 숱한 화제를 불러 모으며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

지난 15일 오전 8시 30분이라는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시'의 마켓 스크리닝의 전좌석이 매진되어 바닥에 앉아 영화를 관람한 바이어들까지 있을 정도로 '시'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현재 프랑스, 스페인, 대만, 구유고슬라비아, 러시아, 그리스, 베네룩스까지 총 7개국과 딜을 체결하였으며 수상여부에 따라 미국과 일본, 영국, 홍콩 등 많은 나라와 딜을 진행하기로 되어있어, 이번 각본상 수상 이후로 해외판매도 더욱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오전 진행된 '시'의 프레스 시사에서는 칸 영화제에서는 약 5분간의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고, 이후 ‘Screen Daily’의 Lee Marshall 기자는 “한국의 명감독 이창동의 영화적으로 가장 완성된 영화이다”, 프랑스 영화 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EMA)'의 패트리스 브룰린 기자는 "2010년 본 영화 중 단연 최고의 작품이다”, ‘Variety’의 Justin Chang 기자는 “이창동 감독이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시나리오 작가∙감독 중 한 명임을 재확인 시켰다. 139분의 상영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라고 하는 등 외신의 호평이 쏟아져 나왔다.

올해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으로 '시'에 대한 국내 영화 팬들의 관심 또한 급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23일(현지시간) 오후 진행된 수상자들 포토콜에서의 에피소드가 화제가 되고 있다.

각본상을 수상한 '시'의 이창동 감독과 여주인공 윤정희가 참석한 가운데 이날 아내의 작품을 축하하기 위해 함께 자리한 백건우는 셀마 헤이엑과 인사를 하게 됐다.

이어 곁에 있던 윤정희를 "내 아내다"라고 소개하자 셀마 헤이엑은 윤정희에게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아내였냐?"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이 장면을 한 매체가 카메라에 담아 기사화 해 눈길을 끌었다.

배우 윤정희의 남편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백건우는 1946년생으로 만 10세 때 국립 교향악단과 에드바르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는 등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에 있어서 천재적 재능을 보였다.

이후 61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줄리어드 음악학교에서 로지나 레빈에게 사사를 받았고, 67년에는 런던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주요 콩쿠르에서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백건우 윤정희 부부는 지난 1974년 우연히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났던 윤정희가 한 레스토랑에서 백건우를 만나게 되면서 운명적인 사랑을 시작해 76년 결혼에 골인해 34년간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오고 있다.

윤정희가 프랑스 기자들의 질문에 통역을 통하지 않고 유창한 불어실력을 선보인 것도 이런 배경 덕분에 가능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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