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저녁 중국 CCTV는 '폭스콘,10회 연속 투신의 수수께끼'란 제목의 프로그램을 30분 동안 방영했다. 주간 경제지 경제관찰보 최신호(24일자)의 1면 머리기사 제목도 '10회 연속 투신의 비극'이다.

대만계 기업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 올 들어서만 10번의 자살 시도가 발생하고 이 가운데 8명의 직원이 숨진 사건이 중국에서 핫이슈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건의 발생지는 폭스콘의 선전 공장.직원이 무려 30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공장단지로 폭스콘을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EMS)업체,중국 내 최대 수출기업으로 키운 '일등 공신'이다.

그런 선전 공장이 비판 대상으로 전락한 이유는 뭘까. "폭스콘 직원 수입의 절반은 초과 근무수당"(CCTV)이고 "직원들이 기계처럼 일하고 토요일에도 초과근무하기 때문"(파이낸셜타임스)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열악한 노동조건이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폭스콘이라는 한 회사의 문제를 넘어 보인다. 중국을 공장으로 활용해온 다국적 기업들이 직면한 노동 리스크를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중국은 개혁 · 개방 30년 동안 근로자의 권익을 희생하면서까지 외자 유치에 '올인'해왔다. 1980년대 초 노동 3권 중 단체행동권을 삭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2008년 퇴직금 제도를 처음 도입한 노동계약법을 시행하는 등 근래 친노동자 쪽으로 급선회하기 시작했다.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데다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노동자) 2세대의 등장으로 기존의 성장모델이 사회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폭스콘 사건은 황혼에 접어든 중국의 위탁생산 시대와 농민공 2세대의 충돌"(경제관찰보)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폭스콘이 1988년 선전에 공장을 세울 당시만 해도 기숙사까지 제공하는 일자리는 낙원으로 통했다. 하지만 시대는 급변했다. "농민공 2세대는 즐거움(fun)까지 원하고 있지만 폭스콘 직원들은 초과근무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폭스콘 사건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선전 공장에 위탁 생산해온 애플의 책임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열악한 근로조건의 공장에 일감을 맡긴 데 대한 비판의 화살이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에게 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애플은 매년 '공급자 책임 백서'를 통해 위탁생산을 맡긴 공장들의 작업 환경을 조사,발표하고 있다. 지난 2월 백서에서 애플은 규정(주당 60시간)을 초과한 공장들이 절반에 이르고 미성년자를 고용한 곳도 있다고 인정하면서 구체적인 장소를 밝히지 않아 비판에 직면했다.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언론들은 중국 내 공장으로 추정하면서 애플의 책임론을 부각했다.

중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한국 기업들도 제조공장을 택할 때 노동전문가들을 투입해야 할 상황이다. 중국의 노동리스크에 대처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