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과학자·비즈니스맨 키우는데 예술교육이 최고"
"뛰어난 과학자와 비즈니스맨을 키우는데 왜 예술교육이 필요하냐고요? 예술이나 공예를 통해 습득하는 것들이 창의성과 밀접한 연관을 갖기 때문이죠."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책 《생각의 탄생》(원제 Spark of genius)의 저자인 로버트 · 미셜 루트번스타인 부부(사진)가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된 '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WCAE)'에서 강조한 메시지는 간단하다.

예술이 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에 적용될 수 있는 창의성 · 상상력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예술교육을 한가한 선택사항 쯤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늘 새로운 방식의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21세기 젊은이들에게는 예술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루트번스타인 부부가 쓴 《생각의 탄생》은 세계적인 학자와 예술가들의 창조적 사고과정을 조명한 책이다.

이들은 여러 연구 결과 중에서도 노벨상 수상자나 유명 과학자들에게 예술적 · 기능적 재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남편인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 J H 반트 호프는 플루트를 잘 불고 4개 국어로 시를 썼으며,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생물학자 알렉시스 카렐은 어린 시절 익힌 레이스 만드는 법 덕분에 훗날 심장 이식 수술에 큰 도움을 얻었다고 말했다"며 "그림을 그리며 3차원 사고의 방식을 깨달은 도로시 호지킨 등 과학자들이 실험기술과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음악과 공예,미술,무용 등을 활용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예술이 과학적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최근 연구 성과도 소개했다.

510명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2005년까지)를 영국왕립협회원과 미국국립과학원회원,대중적인 과학자 모임 시그마사이과학협회원 등과 비교한 결과 노벨상 수상자들이 음악가가 될 가능성은 4배 이상,미술가는 17배 이상,소설가나 시인이 될 가능성은 25배 이상,배우나 무용가 · 마술사 등 공연가의 가능성은 22배나 높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노벨상 수상자 외에 예술을 제2의 직업으로 가진 인물들을 분석했다.

역사학자인 미셜 루트번스타인 교수(연극학)는 "강석진 전 GE코리아 사장은 매년 한 달을 그림 그리기에 할애했는 데 자신은 일에서 벗어나 신선한 아이디어를 찾았고,동료 직원들은 리더십 기술과 전략을 세우도록 했다"며 "직원과 지역의 예술활동을 후원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낸다"고 얘기했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이번 대회에는 유네스코 회원국의 장 · 차관급 정부 인사와 비정부기구(NGO) 대표,예술가 등 120개국 2000여명이 참석한다.

유네스코 첫 여성 사무총장인 이리나 보코바는 이날 개회사에서 "문화와 학술을 아우르는 세계 예술분야의 최대 행사로 예술교육 정책의 흐름을 다루고 문화 · 예술교육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도 축사를 통해 "교육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하는 중요한 문제로 세계 각국이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교육 분야에서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고위급 원탁회의가 열려 20여개국의 문화 · 교육부 장 · 차관급 인사들이 범 지구 차원의 문화예술교육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분과회의에선 예술교육과 관련된 주제 발표가 이뤄졌다. 이번 대회는 28일까지 논의한 결과를 중심으로 '서울 아젠다:예술교육 발전 목표'를 채택할 예정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