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삼성 수익률 넘어선 하이닉스…남들은 미스터리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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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의 위기극복
지난해 초에는 전기요금을 못 낼 정도였다. 그래서 한국전력에 요금 납부를 연기해 달라고 사정하기도 했다. 운영자금이 똑 떨어져 채권단에 손을 벌리기도 했다. 돈을 대줄 만한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주인이 돼보겠다고 나섰던 회사가 스스로 포기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불과 1년 전 하이닉스반도체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그러나 작년 9월 이후 6개월간 하이닉스는 1조4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올리며 부활을 알렸다. 뿐만 아니다. 영업이익률은 2분기 연속 25%를 넘어섰다. 반도체시장의 거인인 삼성전자를 앞섰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런 하이닉스의 경쟁력을 "미스터리"라고 표현했다. 하이닉스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는 13월의 달력에서 시작된다.
◆남들보다 한 달치 더 생산해야 산다
하이닉스 제조본부는 지난해 초 12개월이 아닌 13개월로 된 달력을 만들었다. 이른바 '13월의 달력'이었다. 같은 장비로 다른 기업들보다 한 달치를 더 생산해야 금융위기에 생존이 가능하다는 게 하이닉스의 결론이었다.
제조현장의 엔지니어들은 반도체 제조공정을 수백 개,수천 개로 세분화해 분석을 시작했다. 그중 어떤 공정을 줄이면 더 빠른 속도로 생산,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지 찾아내고 실행에 나섰다. 그 결과는 작년 말에 나왔다.
하이닉스가 만든 2009년 13월의 달력에는 정확히 24일이 빨간펜으로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공정 혁신을 통해 다른 기업들보다 24일치를 더 생산한 것이다. 물량으로는 미국 마이크론사의 1분기 생산량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를 통해 하이닉스는 4분기 영업이익률을 25%로 끌어올리며 21%에 그친 세계 1위 삼성전자를 따돌렸다. ◆연구개발은 후퇴할 수 없다
제조현장과 함께 영업,지원부문 등도 전사적인 경비절감에 나섰다. '비용 1억원을 절감할 수 있는 프로젝트 4000개를 찾아내자'는 실천이었다. 하이닉스 전체 조명의 40%에 달하는 10만등 끄기,온도 조절,출입문 통 · 폐합부터 시작해 부품 국산화,원자재 사용 감축 등 3500개의 아이템을 발굴,실천했다. 생활 속의 혁신운동이었던 셈이다. 이를 통한 비용절감액은 당초 목표대로 4000억원에 달했다. 하이닉스는 이렇게 절약한 비용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그래서 하이닉스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또 하나의 열쇠가 R&D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뒤처지던 공정경쟁을 금융위기를 거치며 거의 따라잡았다. 그 비결이 R&D에 있었다는 얘기다. 하이닉스는 작년 6728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8.95%에 이르렀다. 국내 10대 제조업체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김종갑 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은 "배가 고파도 미래를 팔아먹지 않는다는 문화가 하이닉스에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극복의 DNA
생산혁신과 비용절감이 임직원들의 임금 삭감 속에 이뤄졌다는 점도 이채롭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초 사장을 비롯한 임원은 20~40%,부장 차장은 5~10%의 임금을 깎았다.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만도 한데 오히려 생존을 위한 승부욕을 자극한 셈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왔는데도 직원들은 이상하리만치 동요가 없었다. 위기에 강한 DNA가 하이닉스 미스터리를 푸는 또 하나의 열쇠라는 얘기다.
하이닉스는 2000년대 초 부채가 급증하면서 부도 직전까지 갔었다. 이때 회사의 핵심인 연구인력 3분의 1이 회사를 떠난 아픔을 갖고 있다. 곧이어 회사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풍파를 거치며 위기극복의 DNA가 내재화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1999년 세계1위(생산량 기준)를 했던 자존심이 위기극복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자업체 관계자는 "하이닉스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이 세계 톱 반도체 회사에 다닌다는 프라이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닉스의 경쟁력은 하이닉스 정신'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대목이다.
위기를 거치며 만들어진 협업의 문화도 강점으로 꼽힌다. 한 라인에서 혁신을 통해 좋은 성과를 내면 이 방식을 곧 다른 라인으로 이식한다. 한 라인의 생산성 개선이 전사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협업의 문화는 연구개발과 현장 간의 관계에도 나타난다. 연구개발 인력은 제품개발이 끝나면 제조본부,즉 현장으로 파견을 나가 생산이 제대로 이어지는지까지 모두 챙긴다. 그들의 조직에는 칸막이가 없는 셈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불과 1년 전 하이닉스반도체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그러나 작년 9월 이후 6개월간 하이닉스는 1조4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올리며 부활을 알렸다. 뿐만 아니다. 영업이익률은 2분기 연속 25%를 넘어섰다. 반도체시장의 거인인 삼성전자를 앞섰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런 하이닉스의 경쟁력을 "미스터리"라고 표현했다. 하이닉스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는 13월의 달력에서 시작된다.
◆남들보다 한 달치 더 생산해야 산다
하이닉스 제조본부는 지난해 초 12개월이 아닌 13개월로 된 달력을 만들었다. 이른바 '13월의 달력'이었다. 같은 장비로 다른 기업들보다 한 달치를 더 생산해야 금융위기에 생존이 가능하다는 게 하이닉스의 결론이었다.
제조현장의 엔지니어들은 반도체 제조공정을 수백 개,수천 개로 세분화해 분석을 시작했다. 그중 어떤 공정을 줄이면 더 빠른 속도로 생산,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지 찾아내고 실행에 나섰다. 그 결과는 작년 말에 나왔다.
하이닉스가 만든 2009년 13월의 달력에는 정확히 24일이 빨간펜으로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공정 혁신을 통해 다른 기업들보다 24일치를 더 생산한 것이다. 물량으로는 미국 마이크론사의 1분기 생산량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를 통해 하이닉스는 4분기 영업이익률을 25%로 끌어올리며 21%에 그친 세계 1위 삼성전자를 따돌렸다. ◆연구개발은 후퇴할 수 없다
제조현장과 함께 영업,지원부문 등도 전사적인 경비절감에 나섰다. '비용 1억원을 절감할 수 있는 프로젝트 4000개를 찾아내자'는 실천이었다. 하이닉스 전체 조명의 40%에 달하는 10만등 끄기,온도 조절,출입문 통 · 폐합부터 시작해 부품 국산화,원자재 사용 감축 등 3500개의 아이템을 발굴,실천했다. 생활 속의 혁신운동이었던 셈이다. 이를 통한 비용절감액은 당초 목표대로 4000억원에 달했다. 하이닉스는 이렇게 절약한 비용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그래서 하이닉스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또 하나의 열쇠가 R&D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뒤처지던 공정경쟁을 금융위기를 거치며 거의 따라잡았다. 그 비결이 R&D에 있었다는 얘기다. 하이닉스는 작년 6728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8.95%에 이르렀다. 국내 10대 제조업체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김종갑 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은 "배가 고파도 미래를 팔아먹지 않는다는 문화가 하이닉스에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극복의 DNA
생산혁신과 비용절감이 임직원들의 임금 삭감 속에 이뤄졌다는 점도 이채롭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초 사장을 비롯한 임원은 20~40%,부장 차장은 5~10%의 임금을 깎았다.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만도 한데 오히려 생존을 위한 승부욕을 자극한 셈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왔는데도 직원들은 이상하리만치 동요가 없었다. 위기에 강한 DNA가 하이닉스 미스터리를 푸는 또 하나의 열쇠라는 얘기다.
하이닉스는 2000년대 초 부채가 급증하면서 부도 직전까지 갔었다. 이때 회사의 핵심인 연구인력 3분의 1이 회사를 떠난 아픔을 갖고 있다. 곧이어 회사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풍파를 거치며 위기극복의 DNA가 내재화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1999년 세계1위(생산량 기준)를 했던 자존심이 위기극복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자업체 관계자는 "하이닉스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이 세계 톱 반도체 회사에 다닌다는 프라이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닉스의 경쟁력은 하이닉스 정신'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대목이다.
위기를 거치며 만들어진 협업의 문화도 강점으로 꼽힌다. 한 라인에서 혁신을 통해 좋은 성과를 내면 이 방식을 곧 다른 라인으로 이식한다. 한 라인의 생산성 개선이 전사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협업의 문화는 연구개발과 현장 간의 관계에도 나타난다. 연구개발 인력은 제품개발이 끝나면 제조본부,즉 현장으로 파견을 나가 생산이 제대로 이어지는지까지 모두 챙긴다. 그들의 조직에는 칸막이가 없는 셈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