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일 개성공단과 관련한 협박카드를 내놓으며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7일 육로차단 검토 착수를 공언한 것은 공단 사업을 포기,남측의 최근 대북 제재에 끝까지 강대강으로 맞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일각에선 벼랑끝에 몰린 북한이 공단 폐쇄 카드를 꺼내 북한 특유의 '살라미 전술'(하나의 카드를 여러 개로 나눠 단계적으로 사용하는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공단 육로통행 차단 압박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육로 차단 시사는 공단 내 남측 기업인들의 생계와 안전을 담보로 한 국면전환용 카드로 보고 있다. 천안함 침몰사태와 관련,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가 기정사실화되는 과정에서 '개성공단 폐쇄'라는 초강경 카드를 이용,벼랑끝 전술로 정면 돌파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의 이날 입장표명은 대남 제재의 큰 틀로 상정한 '남측과의 관계 단절'과 맞닿아 있다"며 "여러모로 수세에 놓인 북한이 남측과의 '강대강' 분위기를 최대한 조성한 뒤 대화에 임하기 위한 액션"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번 협박을 통해 일차적으로 남측과의 협상 테이블을 만들고,천안함 국면을 개성공단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연간 4000만달러의 임금이 지급되는 달러박스를 닫기엔 정치 ·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특유의 '살라미전술'로 보고 있다. 북한은 실제 지난 3월 금강산 지구 내 남측 부동산조사 방침을 일방 통보하면서부터 남측 여론을 주시하며 남한당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조절했다. 그러나 북한은 남측 인원 추방과 건물에 대한 동결 조치를 했으나 금강산 관광을 폐쇄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당분간 요구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살라미 전술'을 보여줄 것"이라며 "천안함 침몰 원인 발표 이후 운신의 폭이 좁아진 북한이 당분간 남측 정부를 압박하는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북한은 이날 경의선 및 동해선 군사채널은 열어둠으로써 우리 측 인원의 개성공단 출입을 허가했다"며 "북한은 남측 분위기를 봐가며 대응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확성기 등 '심리전 하지 마라' 위협

북측은 특히 남측의 대북 심리전 재개에 민감히 반응해왔다. 북한은 최근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북 금융제재보다는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북 라디오 ·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 강력 응징하겠다며 수차례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중 군의 심리전 재개만 진행되지 않는다면 북한은 개성공단 차단 카드를 접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당국은 지난 25일과 26일 대남 조치를 군사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보였다"며 "이는 우리 군의 확성기 등 심리전 수단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경제적 압박에 대해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것으로 관측된다"며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동요하는 방송엔 이렇다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날 정부에 대북 심리전을 유보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카드는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여부는 향후 우리 정부의 반응과 맞닿아 있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사업을 천안함 침몰 사태와 끝까지 연계한다면 북한은 분명히 또 다른 카드로 남측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남북관계의 전면 폐쇄와 남북 불가침합의의 전면 파기,남북협력사업 전면 철폐 등을 공언한 북한이 향후 군사적 도발을 할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측과의 협상은 더이상 진전이 없다고 판단한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 차단 이후 개성공단 폐쇄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며 "3차 핵실험 강행과 동 · 서해안에서의 재도발,사이버 공격 가능성 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