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아파트 사서 차익 기다리는 시대는 갔다"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사놓고 차익을 기대하던 소극적 방식에서 임대 등으로 연수익을 얻는 적극적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어요. 수익형 부동산을 어떻게 투자하고 관리해야 하는지,직접투자보다 간접투자 방법은 없는지 챙겨야 할 때입니다. "

국내 최대 부동산펀드 운용사인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최창훈 부동산투자1본부장(상무),박점희 부동산투자2본부장(상무),이은호 부동산자산관리본부장(이사)은 이같이 강조했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부동산 펀드로만 2조원가량을 굴리는 운용사로 3명은 국내외 부동산 투자와 자산관리 등을 책임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 회사는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아파트나 상가를 사고 팔지는 않는다. 이보다 덩치가 훨씬 큰 국내외 대형 빌딩을 싼 값에 사서 임대수익을 올리고 관리를 통해 가치를 높인 뒤 매각해 이익을 낸다. 따라서 이들은 지엽적인 부동산 물건의 매매 동향보다는 전체 부동산 시장 동향 등 거시경제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들 3명의 책임자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싼 값에 내집 마련에 성공했을 정도로 개인적인 재테크 실력도 좋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40평대 아파트를 경매를 통해 7억원대에 샀고,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로 작년 초 서울 강북권에 40평대 아파트 급매물을 시세보다 40%가량 싸게 매입해 집을 넓혀가기도 했다. 판교에 연립주택을 분양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들 고수가 판단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

"2000년대 초반과 중반에 나타났던 주택 가격 급등기는 앞으로 오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우리나라가 매년 높은 성장을 기록했던 경제성장기가 지났고,금리도 점차 선진국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점에서죠.금융계열 연구소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인구 구조도 젊은층이 적어져 상승 요인이 부족합니다. " 최창훈 상무가 먼저 입을 뗐다.

최 상무는 "따라서 아파트든 상가든 단순히 사서 보유하고 있는다고 매매 차익을 얻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집은 실거주 목적으로 마련하고 이 부분이 해결된다면 매달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익형 부동산은 최근 관심이 높아진 도시형 생활주택과 상가,그리고 준주택인 오피스텔 등이 있다.

직접 빌딩을 골라 투자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박점희 상무는 상가와 오피스텔 등을 선택하는 기본적인 틀은 똑같다고 조언했다. 그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입지와 가격 등 다소 교과서적인 것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사람을 보라'는 것이 교과서에 없는 대목이다.

박 상무는 "빌딩 주인이나 임차인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가 부동산 거래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복잡한 부동산을 거래하다 보면 처음 합의사항을 바꾸기도 하고 구두로 한 약속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경우 계약내용을 보완해 더 추가하든지 아예 계약을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요령은 프랜차이즈 계열 상가가 많이 입주한 빌딩을 고르는 것이다. 입지가 좋고 가치가 높을수록 개인이 하는 상점보다 프랜차이즈 계열이 들어선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상가를 선택할 때도 계약을 앞둔 점포 내 빌딩에 프랜차이즈 계열 상가가 많을수록 좋다고 박 상무는 귀띔했다.

이은호 이사는 건물의 가치를 아는 건물주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는 "복합상가는 섹션별로 업종을 분류해 놓고 쇼핑객의 동선을 고려한 건물로 들어가야 한다"며 "이런 계획없이 무턱대고 분양에 나선 복합상가는 입주한 상가들의 업종이 겹치고 접근성이 떨어져 유령 상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을 인수한 뒤 1층 로비를 새 단장하는 등 건물을 꾸며 가치를 높일 줄 아는 주인을 만나면 건물 내 상가들도 덩달아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옮긴 뒤에도 더 높은 수익을 내고 싶다면 급성장 중인 해외 신흥국가 부동산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 상무는 "국내도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부동산 시장처럼 구조가 바뀌고 있어 국내에서는 채권과 주식투자 수익률의 중간 정도(6~10%) 수익으로 만족하고 과거 우리 성장기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기대되는 해외로 나가야 한다"며 "해외에서도 브라질과 중국 등이 특히 유망하다"고 진단했다.

그가 브라질 상파울루와 중국 상하이를 고른 근거는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경제성장률이 높으며 △1억명 이상의 인구에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GDP(국내총생산)가 1조달러 이상이며 △소비가 활성화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최 상무는 "국내 수익형 부동산도 마찬가지지만 해외 부동산은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직접 투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전문가들이 입지를 분석하고 투자해 매매차익을 낼 수 있는 펀드 등에 넣어두면 적은 투자금으로도 배당과 함께 매매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