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창조기업 ] "애들 밥먹이기 전쟁서 사업 힌트…잘먹는 캐릭터 동화책 불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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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끝> 이진경 캐릭터·일러스트 디자이너
문화부 콘텐츠 지원 대표사례
첫 작품 '밥 한 그릇 뚝딱' 출간 한달만에 8000부 팔려
문화부 콘텐츠 지원 대표사례
첫 작품 '밥 한 그릇 뚝딱' 출간 한달만에 8000부 팔려
잡곡밥과 계란말이,총각김치 냄새에 이끌려 식탁에 앉은 지니와 비니에게 반찬들이 '나부터 먹어 달라'고 아우성친다. 콩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밥 위에 놓인 콩을 입안 가득히 넣는 순간,이들은 마치 나무처럼 '쑤~욱' 키가 자라는 기분을 느낀다. 그날 지니와 비니는 꿈 속에서 밥풀 우주복을 입고 별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캐릭터 · 일러스트 디자이너 이진경씨(37)가 지난달 말 출간한 '지니비니' 시리즈 중 《밥 한 그릇 뚝딱!》(상상박스 펴냄)이란 제목의 동화책이다. 이 책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1인 창조기업' 콘텐츠로 뽑혀 46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은 덕분에 탄생했다.
《밥 한 그릇 뚝딱!》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환영할 만큼 매력적이다. 언젠가부터 밥을 먹지 않겠다고 버티는 아이들과 밥먹이기 전쟁을 벌여야 하는 엄마로선 재료 하나하나가 사람처럼 살아 움직이는 그림 동화책이 반갑지 않을 리 없다.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는 건 덤이다. 두 남매가 과일이나 생크림 친구와 함께 케이크를 완성해 가는 과정을 그린 《케이크 파티》도 아이들의 심리를 잘 파고들었다. 대다수 어린이들은 촛불을 불어 끄는 것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키우며 유심히 관찰해 온 '엄마의 경험'이 큰 밑천이 됐다. '지니'와 '비니'도 이씨의 딸 현지(8)와 아들 현빈(7)의 이름에서 따왔다.
홍익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이씨는 처음부터 평범한 직장인이 되는 대신 창의적인 평생 직장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맨 처음 선택한 일이 프리랜서 캐릭터 개발자였다. MBC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의 '개똥이',경기도 이천시의 '화담이 토담이'도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사정이 여유롭지 않았다. 이번에는 주로 학습지를 만드는 대형 출판사의 일러스트 작업을 맡아 그림을 그렸다. 기획서를 내밀며 '이런 식으로 그림을 그려 달라'고 주문하면 그대로 그려주는 식이다.
"미친듯이 컴퓨터 앞에서 주문받은 그림을 그리며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충분히 행복하지 않았어요. 결국 나만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캐릭터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죠."
마침 지난해 문화부가 주관한 공모전을 발견했다. 그는 작가가 아니라 사업가로 변신하기 위해 단어조차 생소한 '사업계획서'라는 것을 처음 써봤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 사업 가능성을 누군가에게 설득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경영서적을 뒤적이며 공부했다.
그는 고양이나 강아지 등 동물을 의인화하는 흔한 방식 대신 밥상이나 떡볶이,똥,변기 등 모든 사물과 개별 재료가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를 떠올렸다. 공간도 하나의 캐릭터가 되고 아이들도 사물 속으로 들어가면서 사람과 사물이 서로 공감하는 동화를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이 정형화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엉뚱하게 상상할 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니비니'가 공모전에 당선되자 그는 스스로 비즈니스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마침 '상상박스'라는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던 남편도 기꺼이 동반자가 돼 줬다.
첫 작품인 《밥 한 그릇 뚝딱!》은 출간 한 달 만에 8000부(한 권에 9800원)가량 팔려나갔다.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 능력이 주요한 온라인 서점에서는 아직 고전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다른 동화책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성적이다. 그는 책 판매가의 20%가량을 수익으로 챙긴다.
"아이들에게 하루에도 몇 권씩 책을 읽어주는 엄마라면 알겠지만 그게 중노동이죠.글이 너무 많아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적당한 길이의 문장을 읽기 편하도록,마치 동요처럼 리듬에 맞춰 쓰려고 노력했어요. "
상상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뻔한 내용을 피하고 교훈적인 가르침에도 연연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지켜본 '씻고 먹고 싸고 노는'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꽃을 키울 때 각각에 알맞은 온도와 습도를 만들어 줘야 하듯이 아이들도 저마다 특성과 성장 속도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도와줘야 한다"면서 "일원화된 교육은 아이들의 능력과 열의를 죽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청년 실업률이 높다고 하는데 모두 '대기업 입사' '공무원 시험' 같은 것에만 몰두하다 보니 '병목현상'이 생기는 것 아닐까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나만의 일을 찾는다면 지나친 경쟁으로 고통받을 필요도 없지요. 모두 다르니까요. 젊은이들에게 잊고 있던 자질과 꿈을 꺼내 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
이씨는 차기작으로 '지니비니'의 별나라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이 캐릭터를 활용한 식판이나 변기 등 어린이 상품도 만들고 다양한 교육교재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지니와 비니가 상상의 세계에서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공연과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게 그의 원대한 계획이다. "한국의 월트디즈니를 못 만들 이유가 있나요?"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캐릭터 · 일러스트 디자이너 이진경씨(37)가 지난달 말 출간한 '지니비니' 시리즈 중 《밥 한 그릇 뚝딱!》(상상박스 펴냄)이란 제목의 동화책이다. 이 책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1인 창조기업' 콘텐츠로 뽑혀 46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은 덕분에 탄생했다.
《밥 한 그릇 뚝딱!》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환영할 만큼 매력적이다. 언젠가부터 밥을 먹지 않겠다고 버티는 아이들과 밥먹이기 전쟁을 벌여야 하는 엄마로선 재료 하나하나가 사람처럼 살아 움직이는 그림 동화책이 반갑지 않을 리 없다.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는 건 덤이다. 두 남매가 과일이나 생크림 친구와 함께 케이크를 완성해 가는 과정을 그린 《케이크 파티》도 아이들의 심리를 잘 파고들었다. 대다수 어린이들은 촛불을 불어 끄는 것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키우며 유심히 관찰해 온 '엄마의 경험'이 큰 밑천이 됐다. '지니'와 '비니'도 이씨의 딸 현지(8)와 아들 현빈(7)의 이름에서 따왔다.
홍익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이씨는 처음부터 평범한 직장인이 되는 대신 창의적인 평생 직장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맨 처음 선택한 일이 프리랜서 캐릭터 개발자였다. MBC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의 '개똥이',경기도 이천시의 '화담이 토담이'도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사정이 여유롭지 않았다. 이번에는 주로 학습지를 만드는 대형 출판사의 일러스트 작업을 맡아 그림을 그렸다. 기획서를 내밀며 '이런 식으로 그림을 그려 달라'고 주문하면 그대로 그려주는 식이다.
"미친듯이 컴퓨터 앞에서 주문받은 그림을 그리며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충분히 행복하지 않았어요. 결국 나만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캐릭터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죠."
마침 지난해 문화부가 주관한 공모전을 발견했다. 그는 작가가 아니라 사업가로 변신하기 위해 단어조차 생소한 '사업계획서'라는 것을 처음 써봤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 사업 가능성을 누군가에게 설득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경영서적을 뒤적이며 공부했다.
그는 고양이나 강아지 등 동물을 의인화하는 흔한 방식 대신 밥상이나 떡볶이,똥,변기 등 모든 사물과 개별 재료가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를 떠올렸다. 공간도 하나의 캐릭터가 되고 아이들도 사물 속으로 들어가면서 사람과 사물이 서로 공감하는 동화를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이 정형화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엉뚱하게 상상할 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니비니'가 공모전에 당선되자 그는 스스로 비즈니스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마침 '상상박스'라는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던 남편도 기꺼이 동반자가 돼 줬다.
첫 작품인 《밥 한 그릇 뚝딱!》은 출간 한 달 만에 8000부(한 권에 9800원)가량 팔려나갔다.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 능력이 주요한 온라인 서점에서는 아직 고전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다른 동화책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성적이다. 그는 책 판매가의 20%가량을 수익으로 챙긴다.
"아이들에게 하루에도 몇 권씩 책을 읽어주는 엄마라면 알겠지만 그게 중노동이죠.글이 너무 많아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적당한 길이의 문장을 읽기 편하도록,마치 동요처럼 리듬에 맞춰 쓰려고 노력했어요. "
상상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뻔한 내용을 피하고 교훈적인 가르침에도 연연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지켜본 '씻고 먹고 싸고 노는'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꽃을 키울 때 각각에 알맞은 온도와 습도를 만들어 줘야 하듯이 아이들도 저마다 특성과 성장 속도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도와줘야 한다"면서 "일원화된 교육은 아이들의 능력과 열의를 죽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청년 실업률이 높다고 하는데 모두 '대기업 입사' '공무원 시험' 같은 것에만 몰두하다 보니 '병목현상'이 생기는 것 아닐까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나만의 일을 찾는다면 지나친 경쟁으로 고통받을 필요도 없지요. 모두 다르니까요. 젊은이들에게 잊고 있던 자질과 꿈을 꺼내 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
이씨는 차기작으로 '지니비니'의 별나라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이 캐릭터를 활용한 식판이나 변기 등 어린이 상품도 만들고 다양한 교육교재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지니와 비니가 상상의 세계에서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공연과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게 그의 원대한 계획이다. "한국의 월트디즈니를 못 만들 이유가 있나요?"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