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2) "월드컵 놓칠 수 없다"…공식 스폰서 뺨치는 '800억弗 짝퉁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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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발한 앰부시 전략
펩시, 메시 내세운 광고 제작…나이키, 앱 만들어 '틈새 공략'
거리 응원전 지원ㆍ신상품 출시…국내 20여업체 특수 노려
펩시, 메시 내세운 광고 제작…나이키, 앱 만들어 '틈새 공략'
거리 응원전 지원ㆍ신상품 출시…국내 20여업체 특수 노려
아프리카 초원마을에서 티에리 앙리가 소년에게 "나도 펩시를 마실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소년이 "그럼 우리랑 경기를 해야 해요"라고 답하자 사람들이 몰려와 축구장을 연상시키는 사각 대열을 만든다. 리오넬 메시,안드레이 아르샤빈,카카 등의 드리블에 이어 디디에 드로그바가 슛을 날리자 사람들은 대열을 180도 회전해 자살골로 만든다. 코카콜라에 밀려 월드컵 파트너에 들지 못한 펩시가 지난 3월 공개한 TV광고다. 유튜브에서 'pepsi,africa'를 검색하면 관련 영상만 1200여개가 뜬다.
글로벌 기업들이 '지구촌 최대 축구잔치'를 앞두고 기발한 마케팅 기법으로 '장외 혈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FIFA 파트너의 마케팅 비용이 200억불,비후원사는 800억불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FIFA 파트너가 아닌 기업들은 해당 단체나 경기,선수를 연상시키는 '앰부시(ambush · 매복)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강명수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연구원은 "월드컵 공식 파트너가 아닌 기업들의 마케팅 경쟁이 더 치열하다"며 "국내 기업도 200여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후원사 vs 비후원사 장외 전쟁
FIFA 파트너인 코카콜라가 '함께 즐기는 월드컵'을 전면에 내세운 반면 펩시는 사회공헌이라는 우회 전략을 택했다. 코카콜라는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월드컵 트로피를 들고 출발해 225일간 84개국(13만4017㎞)을 돌며 월드컵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소말리아 출신 힙합가수 케이난(K'Naan)을 기용해 월드컵 주제곡 '웨이빙 플래그(Waving Flag)'까지 제작했다.
이를 앉아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펩시는 올해 초 티셔츠 브랜드 '이둔 라이브'와 손잡고 아프리카에서 생산한 티셔츠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우회 마케팅을 폈다. 이둔 라이브는 아프리카 느낌을 담은 디자인에 펩시가 후원하는 선수 8명의 이름을 넣어 티셔츠를 팔았다.
용품업체들의 경쟁도 뜨겁다. FIFA 파트너인 아디다스는 공인구 '자블라니'를 비롯해 경기에 필요한 장비 일체를 지원하며 파트너십을 톡톡히 발휘했다. 그러자 나이키는 FIFA가 미처 건드리지 못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순발력을 보였다. '두 발로 3~4번 공을 띄운 뒤 공을 높이 찬다' 등 자막과 함께 유명 축구선수들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앱으로 허를 찌른 것.개인 성향에 따라 맞춤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게 했다. 9개 국가대표팀을 후원하는 나이키는 지난해 11월부터 아프리카 에이즈 퇴치를 위한 '레드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후 후원 선수인 드로그바,루니 등이 빨간 운동화끈을 매고 경기에 참가함으로써 예상 밖의 성과를 거뒀다.
◆기발함으로 무장한 '펀 마케팅'
역대 앰부시마케팅의 백미는 2002년 한 · 일월드컵 당시 SK텔레콤.경쟁사 KT가 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나서자 SK텔레콤은 재빨리 국가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와 손을 잡았다. 붉은 악마의 '비더레즈(Be the Reds)'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가 서울광장은 물론 전국을 붉게 물들였고 윤도현밴드를 내세워 부른 '오 필승 코리아'는 국민 응원가가 됐다. 이후 SK텔레콤과 KT는 월드컵 때마다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KT는 일찌감치 황선홍 유상철 최진철 김태영을 불러 '황선홍밴드'를 결성,2002년 '4강 신화'의 향수를 유발하고 있다. '붉은악마' 효과를 톡톡히 본 SK텔레콤은 다시 가수 김장훈과 싸이를 투톱으로 내세워 '당신의 Reds는 어디 있습니까?'라는 슬로건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자극하고 있다. 또 '지금은 축구를 응원할 때'라는 카피로 최경주와 박태환이 축구공에 집착하는 모습을 재치있게 담았다.
GS칼텍스는 2002년 한 · 일월드컵 스타 박지성이 어린이 축구 감독이 된다는 내용을 거스 히딩크 감독을 연상시키는 동작으로 표현했다. 이민훈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소비자들도 앰부시 마케팅에 대한 반감이 없다"며 "오히려 공식 후원사들이 비후원사들의 '펀 마케팅'에 맞서 차별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비후원 기업들은 독특한 프로모션 아이디어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한국 축구가 16강에 들면 3D TV 구매금액의 10%를 현금으로 돌려준다. 유한킴벌리는 월드컵 기념 기저귀를 출시했고 신발 브랜드 크록스는 브라질 독일 등 8개국 국기와 유니폼을 모티브로 한 제품을 선보였다. 갤럭시는 국가대표팀에 양복을 제공해 국내 대표 브랜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박찬혁 제일기획 프로(차장)는 "5~7월 집행되는 스포츠 광고 중 약 80%는 비후원사 물량"이라며 "국가대표팀을 후원하거나 공동 응원장을 만들고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미한 마케팅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강유현/송형석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