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프랑스 정부가 "일본이 인도와 원자력개발 협정을 조속히 체결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과 프랑스는 최근 일본 외무성 및 경제산업성과 가진 비공식 실무회담에서 일본 측에 인도와 원자력 협정을 서둘러 맺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세계 최대 원자력설비 기업인 프랑스 아레바의 안 로베르종 회장도 지난 4월 도쿄에서 나오시마 마사유키 경제산업상과 만나 "일본 정부가 인도 내 원전 수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길을 뚫어주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미국과 프랑스가 이같이 나선 이유는 인도 원전 시장을 잡기 위해선 일본 원전설비 회사들의 높은 기술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경우 원자로를 비롯한 주요 설비 및 부품 생산을 히타치에 의존하고 있다. 또 아레바도 미쓰비시중공업과 2006년부터 중소형 원자로 및 핵연료 개발 등 각종 분야에서 기술협력 공동사업을 진행 중이다.

원전 17기를 보유 중인 인도는 2020년까지 20기 이상을 더 짓겠다는 계획이다. 또 향후 20년 뒤면 인도 원전 시장은 약 1500억달러(약 186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돼 세계 각국의 인도 원전 수주전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GE와 아레바는 각각 히타치,미쓰비시중공업과 연합해 인도에서 원전 2기씩을 수주한 상태다. 그러나 현재 일본 업체들의 경우 일본과 인도의 원자력 협정 미체결로 인해 인도에 직접 원전 장비와 기술을 제공할 수 없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자칫 인도 원전 시장을 다른 국가들에 뺏길지 모른다는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섣불리 인도와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원자폭탄 피폭국인 일본이 핵확산금지조약(NPT) 비가맹국인 인도와 원자력 협정을 맺으면 논란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동안 NPT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들과는 원자력 기술 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