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이 너무 심해 정말 헷갈립니다. 위기 변수가 너무 많아요. 그리스 찍었나 싶더니 스페인 거쳐 헝가리 찍고 오늘은 또 런던이네요. 엔화가 왜 갑자기 오르는지…."

9일 서울 남대문시장 A환전소에서 만난 박모씨는 "이곳에서 30여년간 환장사를 했지만 요즘처럼 유럽쪽이 불안했던 적은 없었다"며 "환율 흐름을 종잡을 수 없네요"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울 남대문과 명동 일대에 밀집해 있는 소규모 환전소와 '할머니,아주머니 환전상'들은 환전 손님들이 줄어 예전 같은 활기를 찾기 어려웠다.

그나마 최근 거래에 활기를 보이는 것은 엔화였다. 박씨는 "엔화가 최근 1300원대(100엔당)까지 오르면서 팔러 온 사람들이 부쩍 늘었는데,어제의 경우 인근에서 무역하는 사람이 열 다발(1000만엔)이나 바꿔 갔다"고 전했다. 명동 B환전소의 김모씨도 "1300원대면 괜찮은 가격"이라며 "더 떨어지기 전에 바꾸는 게 좋다"고 귀띔하듯 말했다.

환전객들은 외국 관광객보다 내국인들이 더 많았다. 박씨는 "외국인 관광객보다 내국인이 훨씬 환율에 민감하고 소식이 빠르다"며 "평소엔 오전 손님이 없었는데 오늘은 벌써 세 명이나 다녀갔다"고 전했다. 그는 "인근에서 일본인 등 외국인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이나 소규모로 무역하는 사람들이 주고객"이라고 설명했다.

명동의 김씨는 "지난달 초 1100원대에서 최근 1300원대를 유지하면서 200~300장씩(200만~300만엔) 뭉칫돈을 가져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2주 전쯤 1400원대 이상 올라갔을 때가 피크였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하루 4~5명이 200~300장씩 바꿔가고 20~30장씩 바꾸는 사람도 수십명은 된다"며 "1350원대였던 어제도 1550장(1550만엔)이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곳에선 은행보다 적어도 2000~3000원(1만엔당)은 더 줘 여기서 다들 바꾸려 한다"며 "하지만 요즘은 하루에도 5000~6000원씩 널뛰니 장담할 순 없다"고 말했다.



원 · 달러는 5월3일부터 보름여간 급등하면서 팔겠다는 수요가 많았으나 요즘은 좀 잠잠해졌다는 분위기였다. 명동 거리에서 만난 이모씨는"1100원 초반대에 사놓은 사람들이 1250원까지 오르자 많이 가지고 나왔었다"며"1240원대면 괜찮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향후 환율 전망에 대해 환전상들은 전문가 못지않은 분석도 내놨다. 박씨는"엔화가 상대적으로 안전자산 취급을 받고 있어 엔 가치는 조금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이씨는"달러는 유로화에 대해 강세이겠지만 원에 대해서는 당분간 약세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명동과 남대문에서 유로화 환전 수요는 많지 않다"며 "세계 곳곳에서 위기가 많아 박사학위를 따야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명동과 남대문 환전소를 찾은 히사나가 카라씨(24)는 "작년,환율이 1600원대까지 올랐을 때가 좋았다"며 "명동 롯데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재미가 쏠쏠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환전상들은 "월드컵 기간에는 소비가 늘고,주가가 오르며,원화 환율은 떨어진다"며 "세계 금융이 너무 불안해 이 장사도 갈수록 쉽지 않다"고 전했다.

송태형/강유현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