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함께하는 1기업 1나눔] (42) 미래에셋 장학사업…나눔도 펀드처럼 장기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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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형편상 더 이상 외고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일반고로 전학했지만 해외 대학 진학의 꿈을 접을 순 없었습니다.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와 유학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뉴욕대(NYU)에서 합격 통보를 받긴 했지만…."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빌딩에서 열린 글로벌장학생 선발 최종면접에서 또박또박 대답하던 배호상군(20)의 목소리는 어느 새 떨리고 있었다. 그의 순탄치 못한 고교시절 얘기를 듣던 한 면접관은 애써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여러차례 헛기침을 했다. 그로부터 보름가량 지난 이달 4일 배군은 미래에셋의 글로벌장학생 20명 중 하나로 선발돼 오는 16일 서울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장학증서 수여식에 참석하게 된다.

미래에셋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평생 투자교육'이라는 모토 아래 장학 · 교육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만 1000여명의 장학생을 선발하는 등 2006년부터 총 3700명에게 장학금을 줬다.

장학사업은 인재육성을 강조하는 박현주 회장의 경영철학을 실천하는 수단이다. 그의 저서 제목처럼 '돈이 아름다운 꽃'이 되도록 만드는 데도 인재의 역할이 필요하다.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

장학사업은 미래에셋이 추진하고 있는 '1사 1나눔' 활동의 핵심이다. 올해 미래에셋봉사단 예산 150억원 중 110억원이 장학사업의 몫이다.

기초수급 생활자나 차상위 계층을 위한 국내 장학생 프로그램과 해외 교환장학생 및 글로벌 투자전문가 장학생 프로그램이 주축이다. 조현욱 미래에셋 봉사단장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공부를 못하는 국민은 없어야 한다"며 "교육에 대한 지원은 국가와 사회를 위한 가장 큰 투자"라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의 장학 프로그램은 여느 장학재단의 사업과 큰 차이가 있다. 2008년 봄 학기부터 시작된 해외 교환장학생 프로그램은 국내 젊은이들의 글로벌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경제적 여건상 자비 유학이 어려운 학생을 중심으로 연간 800여명을 뽑고 있다.

지난해 교환장학생으로 선발돼 러시아 국립 우랄대학교에 다녀 온 이화진씨(성균관대 러시아어문학과 4학년)는 "교환학생으로 나가기 위해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준비 중이었는데 단숨에 경제적 문제가 해결돼 뛸듯이 기뻤다"며 "러시아의 발전상황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국내 인재를 선발,해외 명문대(대학원)에서 글로벌 금융전문가로 양성하는 글로벌 투자전문가 장학생 프로그램도 특화된 제도다. 연간 20여명을 선발해 지원하고 있다. 한국 자본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선발된 학생은 대학 및 대학원에 입학해 졸업할 때까지 최대 4년간 매년 5만달러를 받게 된다. 적잖은 금액을 지원하는 데도 장학금 수령자에게 부과되는 의무조항은 아무 것도 없다.

◆어린이부터 장년까지 투자교육

올해 시작한 '미래에셋 스쿨투어'는 초등학생 4000여명에게 경제 교육을 지원,어려서부터 '시장경제가 무엇인가' 가르치고 있다. 글로벌 리더대장정을 통해 그동안 3700여명의 초 · 중 · 고 학생들을 해외로 내보냈다. 이는 박 회장이 "우리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더욱 창의적인 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그룹에 지시한 게 단초가 됐다. 미래에셋은 또 그룹 내 퇴직연금연구소를 통한 노후대비 교육과 노후 자산관리에 대한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박현주재단'은 사회복지 사업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공부방에 북카페를 만들어 주는 '희망북카페 지원사업'을 통해 열악한 환경의 공부방에 인테리어 가구 도서 TV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해외 문화체험의 기회를 갖기 어려운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매년 200여명을 선발,방학기간 중 해외 문화체험과 경제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공부방 글로벌 문화체험단'도 꾸리고 있다.

조손가정 조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제주도 문화캠프 행사와 장애인을 위한 재활치료 지원 및 장애인 테마캠프,방학 중 매년 100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급식비 지원사업 등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는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생명,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전 계열사 임직원이 참여하는 '미래에셋봉사단'을 조직,사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51개 팀으로 구성된 미래에셋봉사단은 사회복지시설 91곳과 연계해 정기적으로 장애인시설,아동보육시설,노인복지시설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미래에셋 기부운동 '사랑합니다'를 통해 임직원은 물론 일반인의 기부금만큼 미래에셋 측이 추가 기부하는 매칭그랜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