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연강판(핫코일)의 유통가격(도매가격)이 이달 들어 급락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국제시세가 하락하고 있는 데다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국내 수요도 줄어든 탓이다. 포스코가 3분기 원자재 값 상승을 이유로 공장도가격 인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유통 시장에선 수요가 없는 만큼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요 부진에 하락세 지속

17일 철강 유통업계에 따르면 열연강판의 유통가격은 t당 87만원 선으로 지난달 말 90만원에 비해 3만원 내렸다. 열연강판은 지난 5월1일 포스코 현대제철 등이 공장도가를 t당 17만원(25%) 올린 85만원으로 인상한 뒤 90만~92만원 수준을 형성했다. 그러나 이달 초 89만원에 이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김경중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중국의 긴축정책으로 철강재 재고가 늘어나 국제시세가 떨어지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1위 철강사인 바오산스틸은 최근 7월 출하가격을 300위안(약 5만원) 정도 내렸다. 이에 따라 중국산 열연은 국내에서 지난달 초 t당 83만원에서 최근엔 77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국내 수요가 살아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이달부터 비수기에 진입한 것도 원인이다. 한광열 대동스틸 영업부장은 "건설 조선 등 수요산업이 여전히 침체된 데다 비수기가 시작돼 수요가 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동스틸 문배철강 기보스틸 등 국내 열연SSC(스틸 서비스센터 · 코일센터)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t당 85만원에 열연강판을 가져와 가공해 판매한다. 문배철강 관계자는 "가공비 등을 감안하면 판매마진이 최소 7만원은 돼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시장에선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포스코 공장도가격 인상 관심

포스코는 3분기 원재료 값 인상분을 반영해 오는 20일을 전후해 열연강판 등 제품가격 인상을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는 철광석 강점판 등 원재료의 3분기 공급가격이 30%가량 상승함에 따라 t당 8만원가량 올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가격 인상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유통시장에선 포스코가 가격을 올리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가 없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양재구 기보스틸 영업부장은 "현 수준에서 공장도가격을 올린다면 유통가격이 t당 100만원은 돼야 하는데 이 가격에 열연을 구매해 이익을 낼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SSC 관계자는 "중국 바오산스틸이 가격을 내렸는데 포스코가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하반기 건설 수요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데다 정부도 인상 자제를 권고하고 있어 가격 인상을 4분기 이후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