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게 인생이라던가. 미국 드라마 '라이프 언익스펙티드(Life Unexpected)'의 주인공은 30대 초반의 똑똑하고 예쁜 케이트.잘나가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다. 함께 일하는 라이언과 약혼,마냥 행복하던 그녀 앞에 16살짜리 럭스가 딸이라며 나타난다.

고교 졸업파티(prom) 날 축구팀 쿼터백이던 베이즈와 딱 한번 가진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다. 사랑의 결과고 따라서 책임을 나눠 질 줄 알았던 베이즈가 모른 척하자 하는 수 없이 입양기관에 맡겼는데 심장이 나빠 입양되지 못하고 위탁가정을 전전하다 친부모를 찾아온 것이다.

드라마는 럭스를 키우기로 한 케이트와 베이즈가 좌충우돌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다룬다. 그러나 갑자기 엄마 노릇을 하게 된 케이트는 혼란스럽다. 라이언과 헤어진 뒤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전진해야 한다"고 다짐하지만 다시 꼬인 인생에 어쩔 줄 모른다.

프롬 베이비는 또 다른 미드 '어글리 베티'는 물론 국내 드라마 '잘했군 잘했어'(MBC)에도 나온다. 베티의 언니 힐다는 미혼모로 아들을 키우느라 애쓰고,'잘했군 잘했어'의 입양아 하은비 역시 유학생 은혁을 만나 아이를 낳는 바람에 학업을 중단하고 한국에 온다.

프롬 베이비가 생겨나는 건 자유롭고 들뜬 분위기와 음주 등이 한몫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임신과 출산은 축복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임신은 당사자는 물론 가족과 아이 모두에게 감당하기 힘든 일이 되기 십상이다.

거리 응원 역시 비슷한 상황을 만드는 모양이다. 한 · 일 월드컵 이듬해인 2003년 봄 출산이 10% 정도 증가한데다 미혼모 복지기관에 상담 전화가 적지 않았다는 게 그것이다. 2002년 1.16이던 출산율이 2003년 1.18로 반짝 증가했다 2004년 1.15,2005년 1.07까지 떨어진 걸 보면 월드컵 베이비가 소문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월드컵 응원은 흩어졌던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특별한 이벤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열띤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겨날 수도 있다. 위스키를 마신 토끼는 곰의 따귀를 때린다고,술은 정상적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불필요한 위험을 자초하지 말라.기적이 구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여럿이 함께 하는 응원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지나친 음주나 과도한 행동은 삼갈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