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業의 본질'에서 벗어난 메가뱅크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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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가치 축적이 금융업의 본질
화려한 기획일수록 실패로 끝나
화려한 기획일수록 실패로 끝나
잇단 금융위기로부터의 쓴맛이 진지한 교훈이 되기에는 아직 우리의 정신이 덜 성숙한 모양이다. 금융산업은 제조나 판매업에서 경영 목표 설정하듯이 수치목표를 정해놓고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세계화 시대에 해외 금융시장을 개척한다는 명분으로 대거 아시아로 몰려 나갔던 뒤끝이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종금사들의 연쇄 파산이었다는 사실,그 어처구니 없었던 바이코리아 열풍이 대우 사태와 맞물리면서 채권시장을 대혼란으로 몰고 갔던 일 따위는 이미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다는 식이다. 욱일승천하던 카드사들이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로까지 일거에 추락했던 경험도 마찬가지다.
금융은 누적적이며 선형적으로 그리고 축차적으로 발전하는 것이지 계단을 건너 뛰며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그런 산업이 아니다. 무엇인가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금융산업이 획기적 전기를 얻는다는 생각부터가 후진적이며 위기를 구조화하는,투기적 사고다. 외환 위기 이후 지난 10여년의 금융정책 중에서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선진금융 기법을 배우겠다는 명분으로 추진되었던 국내은행 해외매각 부터가 그랬다. 외환위기 와중에 단행되었던 시중은행 해외 매각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는 이미 명백하다. 외국계 은행들의 본사가 한국의 로컬 전문가를 초빙해 한국형 금융상품을 공부하느라 바쁘고 외국자본에 팔려갔던 시중 은행들은 꾸준히 상호저축은행 수준으로 퇴보해 갔다는 것이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진정한 모습이다.
여러 개의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탄생할 것처럼 선전되었던 자본시장법이 지금은 작동이나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 법이 만들어지고 증권업협회가 이름도 거창한 금융투자협회로 간판을 바꾸어 단 것 외에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우리는 듣지 못하고 있다. 개별 증권사들의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소식이 없다. 세계 자본시장의 흐름을 야무지게도 헛짚은 결과가 바로 자본시장법이다. 이런 잇단 정책 실패들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진적도 없고 정부 차원에서 백서를 만들어 본 적도,국회에서 청문회를 열어본 적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때의 설계자들이 다시 모여 이번에는 메가뱅크라는 슬로건을 들고 있으니 금융 컨설팅업자인 누군가의 배만 불려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화려한 금융기법은 대부분 사기에 가깝다는 것이 모든 금융위기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진리요 진면목이다. 바로 그것이 한국 금융의 낙후성인데 원인을 거꾸로 되짚어 덩치 키우기라는 결과에서만 해답을 찾고 있으니 이는 논리의 전도다. 덩치라는 것 자체가 실은 착시다. 국민소득(GDP)의 크기를 감안하면 국내 은행이 이미 미국 씨티뱅크보다 더 크다는 일각의 지적도 경청해야 마땅하다. 지금도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의 금융 파워는 너무도 막강한 것이고 사회적 자원을 싹쓸이하고 있을 정도다. 대졸자 최고 연봉은 모조리 금융권이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금융이 부족해 실물경제가 제약받는 적은 없다. 역사는 온통 금융과 화폐 과잉이라는 그 반대논리의 증거만 쌓고 있지 않은가.
메가뱅크 논의를 재점화시키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는 더욱 초점이 잘못된 것이다. 주인 없는 은행에서 주인도 아닌 자가 주인 노릇 한다는 것이 소위 지배구조 문제의 본질인데 여기에 주인 없는 우리은행을 또 끌어다 붙이면 더 큰 주인 없는 공룡이 될 터이다. 이 문제는 나중에 심각한 분란의 불씨로 작용할 게 뻔하다. 소위 '대리인 문제'가 금융위기의 진면목이라는 점을 정부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금융업의 비약적 성장이 불가능한 것은 업의 본질이 '시간 가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자(利子)는 시간의 경과에 비례해 늘어나는 법이다. 시간은 생략할 수도,끊을 수도,더할 수도 없다.
논설위원겸 경제교육硏 소장
금융은 누적적이며 선형적으로 그리고 축차적으로 발전하는 것이지 계단을 건너 뛰며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그런 산업이 아니다. 무엇인가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금융산업이 획기적 전기를 얻는다는 생각부터가 후진적이며 위기를 구조화하는,투기적 사고다. 외환 위기 이후 지난 10여년의 금융정책 중에서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선진금융 기법을 배우겠다는 명분으로 추진되었던 국내은행 해외매각 부터가 그랬다. 외환위기 와중에 단행되었던 시중은행 해외 매각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는 이미 명백하다. 외국계 은행들의 본사가 한국의 로컬 전문가를 초빙해 한국형 금융상품을 공부하느라 바쁘고 외국자본에 팔려갔던 시중 은행들은 꾸준히 상호저축은행 수준으로 퇴보해 갔다는 것이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진정한 모습이다.
여러 개의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탄생할 것처럼 선전되었던 자본시장법이 지금은 작동이나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 법이 만들어지고 증권업협회가 이름도 거창한 금융투자협회로 간판을 바꾸어 단 것 외에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우리는 듣지 못하고 있다. 개별 증권사들의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소식이 없다. 세계 자본시장의 흐름을 야무지게도 헛짚은 결과가 바로 자본시장법이다. 이런 잇단 정책 실패들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진적도 없고 정부 차원에서 백서를 만들어 본 적도,국회에서 청문회를 열어본 적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때의 설계자들이 다시 모여 이번에는 메가뱅크라는 슬로건을 들고 있으니 금융 컨설팅업자인 누군가의 배만 불려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화려한 금융기법은 대부분 사기에 가깝다는 것이 모든 금융위기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진리요 진면목이다. 바로 그것이 한국 금융의 낙후성인데 원인을 거꾸로 되짚어 덩치 키우기라는 결과에서만 해답을 찾고 있으니 이는 논리의 전도다. 덩치라는 것 자체가 실은 착시다. 국민소득(GDP)의 크기를 감안하면 국내 은행이 이미 미국 씨티뱅크보다 더 크다는 일각의 지적도 경청해야 마땅하다. 지금도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의 금융 파워는 너무도 막강한 것이고 사회적 자원을 싹쓸이하고 있을 정도다. 대졸자 최고 연봉은 모조리 금융권이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금융이 부족해 실물경제가 제약받는 적은 없다. 역사는 온통 금융과 화폐 과잉이라는 그 반대논리의 증거만 쌓고 있지 않은가.
메가뱅크 논의를 재점화시키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는 더욱 초점이 잘못된 것이다. 주인 없는 은행에서 주인도 아닌 자가 주인 노릇 한다는 것이 소위 지배구조 문제의 본질인데 여기에 주인 없는 우리은행을 또 끌어다 붙이면 더 큰 주인 없는 공룡이 될 터이다. 이 문제는 나중에 심각한 분란의 불씨로 작용할 게 뻔하다. 소위 '대리인 문제'가 금융위기의 진면목이라는 점을 정부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금융업의 비약적 성장이 불가능한 것은 업의 본질이 '시간 가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자(利子)는 시간의 경과에 비례해 늘어나는 법이다. 시간은 생략할 수도,끊을 수도,더할 수도 없다.
논설위원겸 경제교육硏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