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다이오드(LED)업계에 세 가지 '바람'이 불고 있다. TV용 백라이트유닛(BLU)과 조명 등 LED의 활용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경쟁사들과의 차별화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삼성그룹과 LG그룹이 LED 분야에 이미 진출한 가운데 올 들어 포스코 한화그룹 롯데그룹 SK그룹 등이 LED 시장에 잇달아 뛰어들면서 중소기업들의 움직임은 더 바빠지고 있다. 일부 업체는 인수 · 합병(M&A),제휴 등 '합종연횡'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특허 취득을 통해 기술력 확보에 나서는 업체들이 있는가 하면 도광판 등 '니치마켓'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업체들도 있다.

◆몸집을 키워야 산다

중소 LED업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M&A'다. LED 조명을 만드는 지앤에스티는 지난 15일 같은 LED 조명업체인 루미시스를 인수했다. 10억원을 들여 루미시스 지분 70%를 인수한 뒤 계열사로 편입한 것.LED 조명 생산 능력을 키우고 기술 분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LED 조명 제조업체 한성엘컴텍도 LED 조명 도소매 사업을 하는 루젠텍 지분 50%를 사들여 계열사로 편입했다. LED 조명 분야의 국내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제휴를 통해 수직계열화를 시도하는 업체들도 있다. LED 패키징 사업을 하는 루멘스는 최근 LED칩 제조업체 에피밸리와 손을 잡았다. 루멘스와 이 회사 유태경 사장은 100억원 상당의 LED칩을 에피벨리에서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이를 통해 LED 및 3D TV에 쓰이는 LED BLU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조명 BLU 등 LED와 관련된 중소기업만 국내에 2000여곳이나 되지만 대부분 칩,핵심 기술이 없는 단순 후공정 업체들"이라며 "대기업 진출 전에 미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특허 취득도 '러시'

특허도 중소업체들의 생존전략 중 하나다. A업체 관계자는 "조 단위의 시설투자를 하기 어려운 중소업체들로서는 비교적 돈이 덜 드는 특허기술 개발로 시장에서 위치를 탄탄히 다질 수 있기 때문에 다들 특허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게 '방열기술' 관련 특허다. 방열기술은 LED칩 뒷면에 방열판을 부착하거나 열전도가 좋은 재료를 사용해 열을 외부로 배출하는 것이다. LED 방열 특허는 2007년 60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8년 78건,작년 135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올 들어서도 화우테크놀러지 엔하이테크 등 LED 업체들이 잇달아 LED 방열 특허를 취득했고, 지오멘토도 특허를 출원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방열 기술뿐 아니라 LED와 관련한 중소기업의 특허 출원 건수가 2007년 376건에서 2008년 556건,작년 663건 등으로 전체 출원 건수의 30%에 달한다"며 "올해도 이달 12일까지 출원된 LED 특허 800건 중 250건이 중소기업이 출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광판 등 틈새분야 진출도 늘어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도광판이 대표적이다. 도광판은 LED BLU의 빛을 퍼트리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LED TV의 핵심 부품.최근 LED TV 판매가 급증하면서 도광판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는 '쇼티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연초까지 국내에서 도광판을 만드는 업체는 토파즈(루멘스 계열사) 희성전자 엘앤피아너스 정도였지만 신규 진출 기업이 속속 느는 추세다.

이태명/심은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