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캡 리포트] 코메론, 47년 '줄자' 한우물…80개국 수출 '세계 2위'
줄자라고 다 같은 줄자가 아니다. 철판 위에 눈금만 그려 길게 만들면 될 것 같지만 눈금의 정밀도,강판 두께의 균일함 등에 따라 품질은 '천양지차'다. 코메론은 줄자 하나로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회사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세계 시장 점유율 2위다. 1963년 창업해 올해 47년째를 맞은 이 회사가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뭘까. 지난 25일 논현동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강동헌 코메론 사장(53)은 "오랜 기간 줄자라는 한우물에만 집중해온 노력과 기술력을 통해 거둔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줄자 하나로 세계시장 석권

코메론은 저급 중국산 줄자를 제외하면 국내 줄자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강 사장은 "시중에서 팔리는 줄자의 70%가량이 우리 회사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무대에서도 미국 스탠리워크스에 이어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코메론은 전체 매출 중 70%를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전 세계 80개국에서 이 회사 줄자가 쓰인다.

코메론 줄자의 강점은 정밀한 인쇄기술.강 사장은 "인쇄가 정밀하지 않으면 100m 길이의 줄자에서 1~2㎝ 오차는 쉽게 난다"며 "우리가 만드는 줄자는 시장에서 최고의 정밀도를 갖춘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압연기술도 최고 수준이다. 줄자는 3㎜ 강판을 0.1㎜로 얇게 펴서 만드는데 두께가 일정하지 않으면 제대로 감기지 않는다. 디자인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부산 본사에 있는 '디자인경영 연구센터'를 통해 자석이 달린 줄자,안전장치를 장착한 줄자 등 매년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인다. 강 사장은 "줄자는 다양한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한 첨단 제품이기 때문에 시장 진입장벽이 높다"며 "코메론은 소재부터 디자인까지 모든 생산공정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엔드 제품…영업이익 90억원 목표
[스몰캡 리포트] 코메론, 47년 '줄자' 한우물…80개국 수출 '세계 2위'

코메론은 풍부한 현금 보유력과 안정적 배당,그리고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증가 등으로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로부터 안정성과 성장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술력과 함께 코메론이 고속성장하는 배경에는 철저한 현장경영이 있다. 3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줄자 시장을 공략해야만 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게 이 회사의 경영전략이다. 강 사장은 "1300번 비행기를 타고 항공 마일리지만 180만마일을 쌓을 정도로 해외를 돌아다녔다"며 "아프리카든 미국이든 줄자 시장에 대해서는 훤히 꿰고 있다"고 자신했다. 코스닥 상장사이지만 IR(기업설명회)을 하지 않는 것도 현장경영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강 사장은 "IR 할 시간에 해외에 나가 물건 하나라도 더 팔자는 게 원칙"이라며 "대박보다 꾸준히 성장하는 내실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50억원가량.지난해 연간 영업이익(76억원)의 65%에 달하는 수준이다. 강 사장은 "고부가 제품 개발로 수익성이 좋아졌다"며 "올해는 9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주력 상품은 스테인리스 줄자와 유리섬유 줄자.스테인리스 줄자는 물이 묻어도 녹슬지 않고 유리섬유 줄자는 온도 변화에 따라 쉽게 변형되는 기존 플라스틱 줄자의 단점을 보완한 하이엔드 제품이다. 가격은 일반 줄자보다 3배 비싼 80달러 정도다.

◆공구 분야 진출 추진

코메론의 시장 전망은 여전히 밝은 편이다. 최근 건설경기 침체 등의 영향을 받고는 있지만 가정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DIY(직접 제작) 바람이 불면서 가정에서도 공업용 줄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코메론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구 분야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방안의 하나다. 강 사장은 인지도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에 조기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 사장은 "코메론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각종 공구를 외주 제작해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에는 자동차부품 유통업체인 시몬스아이케어도 인수했다. 그는 "코메론의 영업망을 활용해 우수한 성능의 국내 자동차부품을 해외에 공급할 것"이라며 "자동차부품사를 추가 인수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