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동아특수정밀의 전병일 사장(59)은 몇 달 전 독일 굴지의 자동차부품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자동차부품을 만들어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품목은 '이그조스트 브레이크 시스템(exhaust brake system)'.배기가스를 제어해 엔진 브레이크 효과를 얻는 장치다.

세계적인 독일의 자동차부품 업체로부터 주문을 받는 것도 아주 드문 일일뿐더러,이 제품은 동아특수정밀이 겨우 1년반 전에 국산화한 제품이다. 하지만 독일 업체는 이 제품에 대해 테스트를 해본 뒤 성능이 우수하다며 주문자상표부착으로 생산해줄 수 있느냐는 의사를 물어왔다. 그만큼 동아특수정밀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사라진 버스 안내양 추억'의 원인 제공자

동아특수정밀은 자동차부품 전문업체다. 1976년 전 대표의 부친인 전준식 회장(85)이 서울 성수동에서 창업한 업체다. 설립 초기에 자동차 출입문 안전 개폐기를 개발해 특허를 내면서 현대 대우 아시아자동차에 납품했다. 이를 개발함으로써 '스톱'과 '오라이'를 연발하던 버스 안내양 시대는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버스 안내양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것은 물론이다.

전 사장은 고려대 생물학과를 나와 1980년 이 회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은 뒤 1987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당초 학업을 지속해 대학 교수가 되려고 했지만,가업을 이어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닫고 경영대학원을 거쳐 경영에 나선 것이다.

그 뒤로 이 회사는 국내 버스문 자동개폐기를 전량 납품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전 사장은 "현대 대우 등 국내에서 생산되는 버스에는 전부 우리 회사의 버스문 자동개폐기가 달려있다"며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중동 이집트 러시아 등 약 30개국에 직수출되거나 완성차 업체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간 수출금액은 500만~600만달러 수준이며 올해 수출목표는 1000만달러로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종업원은 100여명이며 매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130억원에 머물러 약간 주춤했으나 올해는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특수정밀이 이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시장을 개척한데는 몇가지 비결이 있다.

첫째 이 회사는 1976년 창업 이후 34년 동안 자동차부품 외길을 걸어왔다. 처음에 버스문 자동개폐기를 단 것은 서울역과 인천을 왕복하는 삼화고속이었다. 지금의 주력 제품도 역시 이 장치다. 버스를 탈 때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장치가 그것이다. 그러나 결코 단순한 제품은 아니다. 주변에 센서가 달려 있어 사람이 계단에 있을 땐 문이 닫히지 않는다. 출입구에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의 경우 일정 거리 안에 사람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이같이 다양한 안전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만약 잘못 작동되면 사고로 이어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데 30년이 넘는 시간을 투입해온 것이다.

둘째 번 돈의 대부분을 기술개발에 투자할 정도로 연구개발에 심혈을 기울인데 따른 것이다. 전 사장은 "이익이 나면 기술개발에 쏟아부었다"고 설명한다. 외국의 첨단 기술을 도입하거나 자체 개발을 통해 자사의 기술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일본의 신화오토메틱과 기술 제휴해 성능을 높였지만 이제는 일본을 능가하는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전 사장은 밝힌다. 이 회사의 브랜드는 다스코(DASCO)다. 회사의 영문 이니셜을 딴 것이다. 그런데 품질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중국에서 짝퉁브랜드가 생겨날 정도다.

이와 함께 개폐기용 솔레노이드 밸브를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버스 문 자동 개폐기에 대해서도 특허를 얻은 것은 물론이다. 이같이 다양한 지식 재산을 축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스윙도어 폴딩도어 슬라이딩도어 등 다양한 종류의 개폐기를 만든다. 주로 공압식 장치다. 더스트 인디케이터(엔진실 내부의 오염 여부를 판단하는 기기) 등도 생산하고 있다.

◆'다스코' 돌풍에 중국서 짝퉁 브랜드 탄생

이 회사는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제품들이 많다. 예컨대 버스나 트럭이 언덕길에서 정차했다가 출발할 때 뒤로 밀리지 않고 곧바로 출발할 수 있는 장치도 개발했다. 버스나 트럭은 자동변속기를 장착하려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수동변속기를 쓴다. 그러다보니 언덕길에서 정차 후 출발하려다가 뒤로 밀려 접촉사고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짐을 많이 실은 중대형 트럭의 경우 언덕길에서 섰다가 출발할 때 뒤로 많이 밀려 인명사고를 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 사장은 설명한다. 그는 "이 장치는 금년 9월부터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사고방지를 위해 앞으로 신차나 기존 차중에서도 이를 다는 차량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중대형 버스나 트럭용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는 세계적으로 두개 업체 정도만이 생산하고 있는 첨단 제품"이라며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높은 품목"이라고 설명한다.

셋째 무재해 운동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기술 축적이다. 전 사장은 대표를 맡은 초창기부터 무재해 운동을 시작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무재해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기술 축적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회사의 기계장치에는 대부분 센서가 붙어 있다. 손이 기계 부근으로 들어가면 기계가 자동으로 멈춘다. 특히 재해 발생 가능성이 있는 구형 선반을 안전한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컴퓨터 수치 제어) 선반으로 바꿨다.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리프트를 새로 구입했다. 중량물 운반에 따른 근로자의 요통 예방을 위해 이동식 적재대 10개와 서서 작업하는 근로자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피로 예방 매트 13개를 구입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과의 대화는 항상 쌍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며 그 바탕에는 사랑과 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을 갖게 됐다"고 그는 설명한다.

◆"독일 넘어서는 기술 내놓겠다"

이같이 다양한 신기술 신제품 개발 노력에 힘입어 전 대표는 산업포장(수입대체유공기업) 무재해산업체포상 철탑산업훈장(중소기업진흥 공로상)을 받았다. 산업안전보건의 날에 국내 중소기업으로선 처음으로 대상(동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20년 동안 재해가 생기지 않는 안전 작업장을 만든데 따른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전 사장은 바쁜 일과 중에서도 마음의 풍요를 위해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듣고 독거노인을 위한 봉사도 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400여 장의 LP 레코드판을 소장하고 아날로그 판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을 듣는다.

그는 "음악 사랑이 딸의 음악적 감수성을 길러주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한다. 전 사장의 딸은 국립발레단 솔리스트인 전효정씨(31).전씨는 몇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국제발레콩쿠르에서 일반부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전 사장은 틈나는 대로 인천지역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식사 대접 등 봉사활동을 한다.

전 사장의 포부는 딸에 이어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이 분야의 금메달은 독일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는 "자동차 부품은 독일 기술이 미국과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넘어왔다"며 "독일은 10단계 기술 개발 절차가 필요하면 이것을 반드시 밟는 반면 일본은 2~3단계 건너뛰는 압축 방식을 택해 독일 기술이 더 정교하다"고 평한다. 그는 "앞으로 독일을 넘어서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