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 국내 굴지의 두 전자업체가 제품 하자 문제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한 소비자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소비자 A씨는 최근 자신이 사용하던 휴대폰이 폭발했다는 이유로 삼성전자와 마찰을 빚고 있다. A씨는 폭발 원인 파악을 위해 제품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삼성 측으로부터 500만원의 합의금을 받았다. 사태가 원만하게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A씨는 폭발원인 조사 과정에서 삼성 측이 "제품 자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할 것을 종용했다"며 다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같은 내용은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A씨는 LG전자와도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트북,휴대폰을 사용하다 두 차례 환불을 받았던 것.하지만 LG전자가 제대로 된 AS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A씨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대기업을 상대로 이의를 제기하는 방법을 비롯해 △소비자보호법 규정 △기업들의 대응을 역으로 대응할 수 있는 노하우 등까지 세세하게 알리고 있다. 최근 LG전자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인터넷에 알려지면서 A씨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가도 엇갈린다. 대기업을 상대로 소비자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파워 소비자'라고 평가하는가 하면 여론에 민감한 대기업들의 속성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파파라치'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과 LG는 A씨가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에 뭔가 석연치않은 구석이 있다고 보면서도 브랜드나 제품 신뢰도에 금이 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A씨와의 일이 터진 후 언론사에 제보하겠다며 제품 교환이나 손해 배상 등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났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인터넷에 확산되면서 정확한 원인 파악이 어려워지고 기업 이미지까지 실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휴대폰 폭발 문제와 관련, 삼성전자 측은 "정부공인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 사고 원인분석을 의뢰한 결과，제품 자체 결함이 아닌 외부 요인에 따른 발화로 결론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폭발이라고 주장하고 언론에 관련 내용을 알린 A씨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또 A씨의 주장을 담아 보도한 일부 언론사에 대해서도 정정보도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