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인 디아지오가 국내 이천공장을 아시아지역의 거점 생산기지로 육성한다. 한국을 통한 일본과 중국에 대한 위스키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데다 국산 브랜드인 위스키 '윈저'의 중국 시장 내 매출이 지난해부터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김종우 디아지오코리아 사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미국의 버번위스키인 '아이더블류하퍼'(I.W.Harper)를 들여와 국내에서 리큐어(원래 술에 향기,색깔,단맛을 첨가해 만든 혼성주)로 만들어 일본에 수출을 시작했다"며 "이를 계기로 이천공장을 아시아 생산거점으로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천공장은 그동안 윈저의 일본 수출용 제품과 럼주인 '마이어스''캡틴 모건'의 일본 수출용 리큐어 등을 만들어왔는데 여기에 세계적인 버번위스키를 추가한 것이다.

김 사장은 "디아지오 본사에서 이천공장의 제조기술을 인정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아지오재팬의 사장도 맡고 있다.

윈저의 중국 내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중국 진출을 선언한 이후 9개월 만에 10만상자(9ℓ 기준)를 판매했다. 김 사장은 "국내 1위 위스키인 윈저의 한국 판매량이 연간 90만상자 정도"라며 "한국인 취향에 맞춘 향과 맛이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면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윈저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개발된 스카치 위스키로,원액은 스코틀랜드산이지만 상표권을 디아지오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판매가 늘면 로열티 수입도 증가한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중국뿐 아니라 일본과 베트남,태국 등에서도 유통망을 정비해 윈저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윈저의 프리미엄급인 '윈저XR'의 경우 아시아 대부분의 공항 면세점에 입점해 있으며,최근 유럽 일부 면세점에서도 판매가 시작됐다.

한편 디아지오코리아는 '일본 기린맥주와 하이트맥주 간 수입판매대행 계약'이 만료되는 대로 기린 생맥주의 국내 판매를 대행하기로 했다. 기네스를 수입 판매하고 있는 디아지오코리아가 기린 생맥주까지 맡을 경우 아사히맥주를 수입해 판매하는 롯데아사히주류와의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린맥주는 최근 일본에서 아사히를 제치고 맥주업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디아지오는 기린맥주와 일본 내 합작법인을 세웠으며,현재 기린맥주 유통망을 통해 윈저 등을 판매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