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인기에 ‘약정승계오빠’ 신조어 탄생?
‘아는 오빠’ ‘동아리 오빠’ ‘교회 오빠’ 등 세상의 많은 오빠 중에 최근 대세는 ‘약정승계오빠’라는 얘기가 인터넷에서 번지고 있다.

‘약정승계오빠’라 함은 자신이 갖고 있던 구형 아이폰을 아는 여동생에게 넘기려 하는 오빠를 말한다. 일부에서는 반대로 여동생의 입장에서 약정이 걸려있는 자신의 아이폰을 승계할 수 있는 오빠를 의미하기도 한다.

KT가 애플의 신형 아이폰4 출시를 앞두고 ‘약정승계프로그램’을 내놓자 승계 대상을 찾는 아이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일명 ‘약정승계오빠’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포털사이트 스마트폰 관련 게시판에서는 한 네티즌이 올린 글이 큰 이슈를 낳았다. “아는 오빠가 아이폰을 준대요”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이 네티즌의 글은 이렇다.

평소 알고 지내던 오빠가 새로 나온 스마트폰을 샀다며 자신이 쓰던 8기가짜리 아이폰을 준다고 했다는 것.

이 네티즌은 고마운 마음에 “한 턱 내겠다”고까지 했고, “지금 아이폰 케이스를 알아보고 있다”는 글도 올렸다.

이를 본 수많은 네티즌들이 “혹시 약정승계 아닌가요?” 라는 의문을 제기했고, 확인 결과 그 ‘아는 오빠’가 구형 아이폰을 약정승계 방식으로 해당 네티즌에게 넘기려 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해당 글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약정승계오빠’를 조심해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충고가 이어지고 있다.

KT는 앞서 지난 2일 아이폰3GS 사용 고객이 아이폰4를 새로 구입하는 데 드는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약정승계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아이폰3GS가 국내에 나온 지 불과 7개월 만에 이달 말 신형 아이폰4가 출시될 예정이어서 기존 3GS 사용자들은 남은 약정기간과 위약금 때문에 새로운 모델을 쉽게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KT가 제시한 약정승계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아이폰3GS 단말기와 남은 할부금 및 약정기간을 모두 제3자에게 넘기는 것과, 새로 산 아이폰4에 기존 3GS 약정을 이어받는 방법, 그리고 단말기와 요금제를 제3자에게 넘기고 새로 아이폰4를 구입한 사용자가 할부금을 부담하는 것이다. 이외에 명의변경이나 동일 명의 추가개통을 통해서 승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애플이 아이폰4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 달 초부터 KT가 아이폰3GS의 가격을 대폭 낮췄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신규 구매비용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돼 굳이 약정을 승계 받으면서까지 중고 모델을 구매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 것.

결국 KT가 제시한 방법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떠넘기는’ 것 말고는 승계할 만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높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신형 모델을 사려면 결국 쓰던 3GS 모델을 아는 사람에게 억지로 떠넘길 수밖에 없다”며 “고객들에게 영업을 시키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편 미국에서 아이폰을 공급하는 이통사인 AT&T는 기존 아이폰3GS 고객을 대상에게 구매액 가운데 일부를 환불해주거나 아이폰4로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