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기업 경영진들의 회삿돈 횡령ㆍ배임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이달 들어 잇따라 터져나와서다. 대부분 검찰 수사로 밝혀진 내용이어서 퇴출을 최종 결정하는 한국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달 들어 횡령ㆍ배임이 드러났거나 혐의가 제기된 코스닥 상장사는 다휘 엔터기술 브이에스에스티 인네트 등 모두 4곳이다.

이 가운데 인네트와 브이에스에스티는 검찰의 조사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전해지자 거래소가 부랴부랴 조회공시를 요구하고 기소가 확인된 종목의 거래를 정지시킨 경우다. 엔터기술도 전 경영진이 횡령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자 거래소가 검찰에 확인한 뒤 관련 사실을 공시한 것이다. 이날 경영진의 횡령 혐의나 불거진 다휘만 관련 내용을 자발적으로 밝혔다.

코스닥기업의 횡령ㆍ배임이 검찰의 수사 이후 뒤늦게 밝혀지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이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퇴출 심사를 강화한 2009년 이전에는 경영권 변동이 있을 때 상장사들이 횡령ㆍ배임 혐의를 자발적으로 공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 경영진의 부실을 말끔히 털어내야 장부가 깨끗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래소가 '비록 전 경영진의 횡령ㆍ배임이어도 상당한 규모의 재무적 손실이 발생하면 상장폐지를 면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뒤 횡령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기는 게 관행이 됐다는 전언이다. 최근 검찰이 코스닥 상장사의 횡령ㆍ배임과 분식회계 등에 대해 고강도 조사를 벌이자 관련 사실이 속속 드러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중소 코스닥기업의 횡령ㆍ배임은 규모의 문제이지 조금씩은 있기 마련"이라며 "어디까지 공시하고 어디까지 감추고는 전적으로 경영진에 달렸다"고 털어놨다.

다만 횡령 혐의만 있어도 실질심사 검토 대상에 들어가는 지금과 같은 제도 아래서는 상장사 스스로 공시하길 바라는 게 어렵고, 이 때문에 검찰에 기소된 이후 뒤늦게 투자자들이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잠재적 부실을 안고 있는 상장사들이 상당할 것"이라며 "한꺼번에 횡령ㆍ배임, 분식 등의 사례가 터져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심사를 강화했으면 선제적 조치도 취해야 하는데 대책도 없이 제도부터 강화해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서종남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제도총괄팀장은 "혐의만 갖고 무턱대고 거래를 정지시키거나 실질심사에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최종 판단을 해야 하는 거래소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맞받았다.

서 팀장은 "선제적 행위를 취할 마땅한 방안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며 "검찰의 수사, 금융감독 당국의 조사, 회계법인의 감사, 자발적인 공시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관련 사실이 밝혀지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