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15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본격적인 신호탄이었다. 세계 증시가 폭락했고 코스피지수도 하루 만에 6.1% 급락했다. 주식 투자자들은 공포에 빠지기 시작했다. 반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풋 주식워런트증권(ELW · Equity Linked Warrant)'이라는 상품에 투자한 사람들은 이날 10배가 넘는 '대박'을 냈다. 이렇듯 현대 금융시장은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기존의 투자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기존 투자방식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대안투자와 파생상품투자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대안 · 파생상품의 개념

대안투자는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 자산 외의 모든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크게 보아 부동산 · 사모주식펀드 · 헤지펀드 · 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대안투자를 할 때는 파생상품을 이용한 복합적인 투자전략을 종종 구사하기 때문에 최근엔 대안투자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파생상품이란 말 그대로 기초자산에서 파생되는 상품이다. 기초자산의 범위는 금융상품 · 통화 · 신용위험에서부터 강수량 · 탄소배출권까지 아주 다양하다. 대표적인 파생상품으로 선물 · 옵션 · 스와프 등이 있으며 최근엔 신용파생상품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시장에서 1000원을 주고 우산을 샀다면 이것은 우산의 수령과 대금 결제가 현재 시점에서 이뤄진 '현물거래'다. 이번엔 1주일 뒤에 우산을 받기로 하고 대금도 그때 가서 지불하기로 약속하거나,1주일 뒤에 1000원으로 우산을 살 수 있는 쿠폰을 10원을 주고 샀다고 해보자.전자는 '선물거래'이고,후자는 '옵션거래'라고 한다.

만약 1년 동안 비오는 날마다 우산의 실제 가격이 얼마든 관계없이 우산과 1000원을 교환하기로 했다면 이는 '스와프 거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파생상품은 대부분 금융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파생증권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과거에는 주로 농산물과 축산물 등 상품시장에서 많이 거래된 전통 때문에 파생상품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현재는 원본을 초과하는 손실 유무에 따라 증권과 파생상품으로 구분하고 있다. 즉 원본을 초과하는 손실이 없는 경우를 증권이라 하고,원본 이상의 손실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파생상품이라고 한다.


◆파생상품 거래의 특징과 활용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다음과 같은 위험요소를 감안해야 한다. 우선 거래 상대방 위험이다. 이는 미래의 시장가격 · 환율 · 금리 등이 불리하게 변동할 경우 거래 당사자 일방이 약속 이행을 하지 않을 가능성을 말한다. 서브프라임 사태 때 리먼 브러더스와 주가연계증권(ELS · Equity Linked Securities) 거래를 했던 국내 금융기관의 손실이 이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투기적 거래 위험이다. 파생상품은 실물을 거래하는 것보다 규제가 적어 그만큼 투기적 거래를 하기가 수월하다. 따라서 영국 베어링은행의 파산과 같은 대형 금융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레버리지 효과에 따른 위험을 들 수 있다. 파생상품거래는 레버리지효과가 생겨 손익이 시장가격 변동보다 몇 배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는 비전문적인 투자자에게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파생상품의 특징을 잘 활용하면 환위험이나 금리위험 등을 헤지하거나 자금조달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다. 투자자 맞춤식의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기존 금융상품과의 복합투자로 위험을 줄이거나 투자수익을 제고하는 데도 파생상품이 활용될 수 있다.

◆대안 · 파생상품의 종류

최근에 관심이 집중된 상품은 금이다. 금 투자는 현물(골드바)이나 금 관련 예금상품,금 관련 펀드 등을 통해 가능하다. 상품에 따라 세금 · 수수료 · 원금보장 여부 등의 특징이 다르므로 자신의 투자목적이나 성향을 고려해 적절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상품의 높은 변동성을 고려한다면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국내 대안투자상품은 주로 펀드 형태지만 최근에는 파생상품 형태로 많이 출시되고 있다. 처음엔 주가지수나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주였으나 최근에는 유가 금 구리 등 각종 원자재를 대상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 Derivatives Linked Securities)이나 상장지수펀드(ETF · Exchange Traded Fund) 등이 출시되고 있다.

ELS는 특정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 변동과 연계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을 말한다. ELF는 ELS를 펀드로 만든 상품인데 운용보수가 있어 일반적으로 동일한 수익구조를 갖는 상품이라면 ELS가 수익률이 다소 높다. 주가연계예금(ELD · Equity Linked Deposit)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에 주가를 연동한 상품으로 상품 구조는 ELS와 다르지 않으나 원금보장형만 판매돼 상품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ELW는 주식과 지수 등 기초자산을 사전에 정한 미래 시점(만기일)에 미리 정한 가격(행사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지닌 유가증권이다. 주가상승을 예상한다면 '콜(call) 워런트'를 매수하고,하락이 예상될 때는 '풋(put) 워런트'를 매수해 수익을 낸다.

◆대안 · 파생상품 투자 주의사항

파생상품은 이름이 비슷하지만 내용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각 상품의 특징을 잘 알고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ELW는 시황과 관계없이 콜(call)과 풋(put) 포지션을 선택, 항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거래세가 없어 거래비용이 적다. 그러나 복잡한 상품구조 때문에 기초자산 가격 외에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아 투자 전에 반드시 기본적인 옵션의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

이에 비해 ELS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가격의 방향성과 대강의 범위에 대한 예상으로 투자할 수 있고 예금상품에 비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대안투자는 투자 목표가 초과수익인지 아니면 분산투자 효과인지 등을 명확히 한 뒤 투자대상을 선택해야 한다. 대안투자를 운용하는 매니저나 상품 발행기관에 대한 과거 실적 등을 꼼꼼하게 확인한 뒤 어떤 상품에 투자할지 결정해야 한다.

김정환 우리투자증권 재무컨설팅부장 kjh0615@wooriw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