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한다는 리서치센터.그곳의 수장들은 여름 휴가를 어떤 책과 보낼까. 국내 10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휴가지에서 읽을 만한 책으로 경제 · 경영학과 사회과학 서적부터 인문학 서적과 고전에 이르는 다양한 책들을 추천했다.

◆글로벌 경제를 배우자

국내외 경제와 금융을 다룬 책 중에선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 태평양 회장이 쓴 '넥스트 아시아'가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센터장과 오성진 현대증권 센터장의 복수 추천을 받았다. 스티븐 로치는 '영원한 비관론자'로 알려져있지만 아시아 이머징 시장에 대해선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월가의 대표적 인물이다.

이 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국제 자본시장과 아시아 경제구도의 변화를 읽을 수 있으며 특히 중국경제의 변화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오 센터장은 "지난 10여년간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가 향후 명실상부한 전 세계의 중심으로 자리잡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화폐전쟁 2'(쑹홍빙 저)도 국제 금융시장에 대해 일반인들이 흥미 있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이라고 추천했다.

서명석 동양종금증권 센터장은 아시아 국가들을 주축으로 글로벌 경제가 어떻게 재편됐고,향후 어느 방향으로 시장이 변모할지 예측하는 '부와 권력의 대이동'(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저)을 추천했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은 일본 경제를 보면 한국 경제의 앞날을 내다볼 수 있다는 이유로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가 쓴 '부의 위기'를 꼽았다.

◆대가에게 배우는 재테크

재테크 관련 서적 중엔 유럽의 전설적 투자자인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스려라'를 구희진 대신증권 센터장과 양기인 대우증권 센터장이 함께 추천했다. 양 센터장은 "저자가 세계대전과 대공황 등 몸소 겪은 다양한 경험을 일화 중심으로 풀어 썼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센터장은 "최근 물가 상승으로 금리 인상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거시적인 관점에서 시중 자금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동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상생활의 사례를 투자이론으로 정리한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조엘 그린블라트 저)도 투자 지침서로 제시했다. 서 센터장은 가치투자의 관점에서 성장주를 발굴하는 방법을 제시한 필립 피셔의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를 추천했다.

◆금융을 하려면 인문학도 필수

인문학 서적에 대한 추천도 이어졌다. 양 센터장은 마이클 센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를 추천했다. 그는 "금융가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통찰력으로 무장한 애널리스트 중엔 의외로 인문학에서 영감을 얻는 인물을 많이 만날 수 있다"며 "많은 이들이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뭔가 흥미롭다고 얘기하곤 하는데,그만큼 사람들이 '분명한 것'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기계발서의 고전인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스티븐 코비 저)을 휴가지에서 읽어볼 만한 책으로 꼽았다.

황 센터장은 "지정학적 문제가 시장에 부각될 가능성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다"며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을 추천했다.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센터장은 '거대한 전환'(칼 폴라니 저)과 '블랙 스완'(나심 탈레브 저)을 꼽으며 국제경제 이슈를 철학과 사회학적 방법으로 해석하는 시각을 배울 수 있다고 소개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