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4·아이패드 이어 윈도폰7도 한국은 빼고


…1차 출시는커녕 잘해봐야 3등 발매인 까닭은

아이폰4의 한국 출시가 지연된다는 소식에 이어 아이패드의 국내 발매도 늦어진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4의 안테나 이슈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7월30일 ‘한국을 제외한’ 17개국에서 아이폰4를 2차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달 안에 아이폰4를 받아보기를 학수고대하던 국내 팬들은 충격을 나타내며 지연 사유에 대해 온갖 의혹을 제기했다.

아이폰4를 공급할 KT는 “준비기간이 길어지고 있어 출시가 1~2달 지연된다”고 해명했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아이폰4는 3GS에 이어 또 다시 ‘담달폰’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 2차 발매국에도 한국은 끼지 못했다. 애플은 19일 자사 홈페이지에 23일부터 아이패드를 오스트리아, 벨기에, 홍콩 등 9개 국에서 추가로 발매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아이패드는 총 19개 국가에서 판매되게 됐지만 당초 2차 출시를 기대했던 한국에 대한 언급은 이번에도 없었다.

◇ 글로벌 기업 제품 출시 한국은 우선순위서 빠져

애플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연말 출시를 목표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를 탑재한 윈도폰 7도 올해 국내에서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MS에서 한글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국내에서는 올해 윈도폰7 출시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도 하반기 출시할 윈도폰7을 해외용으로만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 이통사들이 들여오는 해외 단말기 또한 한발 뒤늦은 경우가 많다.

KT에서 6월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구글폰 ‘넥서스 원’은 올해 1월 미국에서 출시됐고, 4월에는 유럽 등 해외에서도 발매됐지만 한국 시장에는 6개월이 지나서야 들어왔다.

지난 8일 국내에서 발매된 모토로라의 ‘모토쿼티’ 역시 북미에서는 이미 ‘드로이드’라는 이름으로 지난 해 11월 첫 출시됐다. 늦어도 너무 늦은 셈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에게 한국이 이처럼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과연 뭘까.


전문가들은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크지 않다는 데 큰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물건을 만들어 파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가장 중요한 데 한국 시장은 이를 충족시켜줄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것.

얼리어답터들이 많은 한국은 새로운 모바일 기기에 대한 성장세는 가파르지만 실제 시장 규모, 즉 판매량만을 놓고 봤을 때는 여전히 작다는 얘기다.


물론 시장 규모만을 가지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한국보다 훨씬 큰 시장인 중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와 유럽 주요국들도 우선 출시국가에 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시장 규모 작은데다 이통사 요구조건 까다로워

전문가들은 국내 이통사들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도 제품의 빠른 출시를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말 아이폰 3GS의 도입 이후 이통사들의 전략에도 일부 변화가 생겼지만 여전히 폐쇄적인 성향이 강한데다 도입하는 단말에 이통사별로 고집하는 조건들이 있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제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IT 컨설팅 업계 전문가는 “미국에서 아이폰을 공급하는 AT&T는 3년 간 오직 아이폰 하나에만 올인하다 이제야 안드로이드폰을 조금씩 배분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 역시 아이폰에 전적으로 우선순위를 둔다. 일본이 늘 애플 제품의 1차 출시국가에 들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조건은 까다로운 데 반해 이통사에서 한 회사의 제품에 올인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제조사와의 관계가 얽혀 있는데다 하나의 제품에 쏠림 현상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렇다보니 애플 입장에서는 시장도 크지 않고 요구 조건도 까다로운데다 여타 국가처럼 자사 제품을 전적으로 밀어주지도 않는 국가에 굳이 1순위로 제품을 출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부 얼리어답터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제조사가 봤을 때는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미국 현지를 제외하고는 출시도 되지 않은 아이폰4 안테나 이슈가 이처럼 큰 논란거리가 된 곳은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국내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눈높이는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인터넷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끊임없이 확대·재생산되면서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앞으로는 한국 시장을 대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방식이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새로운 모바일 기기에 대한 한국 시장의 흡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아이폰3GS가 국내에서 판매된 지 8개 월 만에 80만대 넘게 팔려나갔고 맥PC의 성장세도 애플이 자사 실적발표에서 ‘한국’을 직접 언급할 만큼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