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05년 서울 용산구 소재 대형상가 내 점포에 대한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A씨는 임차보증금에다 속칭 '프리미엄'까지 얹어주고 임차권을 넘겨받은 상태였다.

그런데 A씨의 점포 부근 이벤트파크에 있던 공연무대의 위치가 바뀌면서 문제가 생겼다. 임대인인 ㈜현대아이파크몰이 공연무대 위치를 2m 옮기는 등 공사를 한 이후,이벤트파크 쪽에서는 A씨 점포로 통하는 주출입구가 안 보이게 됐다. 주출입구를 이용하려면 공연무대 뒤로 돌아가야 하는 불편이 생겼다.

또 공연무대 이전 공사 후 A씨 점포로 통하는 주출입구 통행이 통제돼 매출에 타격을 받았다. 이에 따라 A씨에게 점포를 빌려 영업했던 가게주인은 장사를 더 못하겠다며 연장 계약을 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현대아이파크몰 측에 2008년 "공연무대 이전 설치로 주출입구가 봉쇄된 건 임대인 의무 위반"이라며 공연무대를 원래대로 되돌리지 않을 경우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지했다. A씨는 "공사 결과 주된 통로였던 출입문을 고객들이 이용하기 어려워져 매출이 급감했다"고 주장했다. 이벤트파크를 방문한 인파가 통행하는 주출입구와 가까운 점포여서 프리미엄까지 감수했다는 게 A씨의 말.

하지만 현대아이파크몰 측은 "공연무대 위치 변경은 상가 전체 영업을 위한 것"이라며 "평소 동선상 고객들이 A씨 점포 부근 출입구를 통해 점포를 방문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고 반론을 펼쳤다.

대법원 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최근 A씨가 승소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고객들이 A씨 점포를 방문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이벤트파크와 통하는 주출입구 외에도 1층에서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이용 등도 있어,주출입구가 점포로 가는 유일한 통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주출입구가 공연무대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됐다 해도 무대 뒤로 돌아가면 출입은 가능하다"면서 "주출입구 통행에 문제가 없도록 계속 유지할 의무가 임대인에게 없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A씨가 이벤트파크로 통하는 주출입구 때문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고 "공연무대 이전으로 상가 전체 매출이 증가했다 해도 임대인의 의무 위반"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