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설계시장 장악해 한국문화 수출 늘리겠다"
"설계를 수출하는 것은 건축 자체를 수출하는 것이며 동시에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것입니다. 해외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 문화 수출의 첨병이 되겠습니다. "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대형 설계업체인 공간그룹의 이상림 회장(건축가협회 회장 · 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설계는 단순한 돈벌이 비즈니스가 아닌 한 시대를 보여주는 문화의 총체"라며 "다양한 해외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알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주력하고 있는 해외시장은 아프리카,중동,중앙아시아,동남아,남미 등 제3세계 국가들.우리나라가 과거 50여년간 성취한 압축성장의 경험과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건축 관련 '솔루션(solution)'을 제공한다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다. 이를 위해 앙골라 알제리 카자흐스탄 필리핀 등 7개국에 현지 지사를 운영하고 있으며,500여명의 전문 인력이 30여개 외국 도시를 대상으로 도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따낸 해외 프로젝트는 100여건에 이른다. 대표적인 건축물이 앙골라의 수도 인근에 있는 탈라토나 컨벤션센터. 10만㎡ 부지에 2006년 완공된 이 건물은 앙골라 최초의 컨벤션센터이자 앙골라 국민들에게 "우리도 마침내 세계적인 컨벤션센터를 갖게 됐다"는 자존심을 안겨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간그룹은 이 같은 현지의 호평 덕분에 최근 잇따라 수주에 성공하는 개가를 올렸다.

지난달 20일에는 알제리 모스타가넴 올림픽 복합경기시설 국제설계 현상공모에서 프랑스 등 선진국 업체를 제치고 당선된 것.수주금액은 약 1000만달러.알제리 서쪽의 모스타가넴주에 들어설 올림픽 복합경기시설엔 71만㎡ 부지에 5만석 규모 종합경기장,1만석 규모 육상 전용 경기장,3000석 규모 실내 수영장,5000석 규모 실내 종합체육관,다용도 경기장 및 연습장이 들어선다. 지난달엔 적도기니 대통령 전용 첨단복합 시설인 '몽고모 리더스 클럽' 설계를 따내기도 했다.

이 회장은 "현지의 건축물은 그 자체로 한국을 알리는 전령사가 되기 때문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수출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회사의 설계가 채택되면 시공에 국내 건설 업체의 참여 가능성이 높아지며 덩달아 국산 자재도 납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적인 디자인이나 컨셉트가 들어가는 만큼 문화 수출의 효과가 배가된다는 것.

이 회장은 해외시장의 선전을 바탕으로 하반기 수주액을 상반기의 약 2배인 800억원으로 잡았다. 35%를 차지하고 있는 해외시장 비중도 50% 선까지 높일 방침이다. 이 회장은 "중동과 아프리카 등 해외시장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하고 있어 올해 연간 수주 목표인 1200억원 달성이 무난하다"고 자신했다.

공간그룹은 한국 현대건축의 1세대를 대표하는 고 김수근 선생이 1960년 11월 설립한 건축설계 회사다. 김수근 선생이 1986년 별세하고 2대 수장인 장세양 대표마저 1996년 작고하자 당시 파트너 건축가였던 이 회장이 공간그룹 대표로 취임했다. 작년 매출액은 약 820억원이며 사업부문은 건축설계,도시설계,건설사업관리(CM),건축잡지 발행 등 네 가지로 나눠져 있다.

이 회장은 현재 연세대 유네스코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역사지역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연구하는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등 왕성한 대외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