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4일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과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정면 비판,파장이 일고 있다. 한때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으로 불렸던 그가 박 전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직격탄을 날린 것은 박 전 대표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친박계는 박 전 대표에 대한 '흠집내기'라며 강력 반발했다.

◆"친이 · 친박 뛰어넘자는 뜻"

김 원내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해 "국가 지도자 덕목 10개 중 7개 정도는 아주 출중하고 훌륭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휼륭한 점으로는 투철한 애국심,엄격한 행동규범,품위,약속을 생명처럼 지키려는 자세,공부하려는 자세,좋은 머리,서민들에 대한 보상심리 등을 꼽았다. 그는 "좋은 점 때문에 부족한 점이 감춰져있다.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사고의 유연성"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걸 고쳐야 한다고 나는 충정으로 말했는데,박 전 대표를 군주처럼 모시려는 못난 사람들은 '주군한테 건방지게…'라는 식의 반응이다. 민주주의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섭섭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거기서 안 알아주니까,이 결정적 문제를 고쳐서 박 전 대표를 훌륭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의욕이 이제 거의 소진해버렸다"고 말했다. 당내 논란이 일자 김 원내대표는 더 이상의 언급을 꺼렸다. 일체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어렵사리 만난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와의 결별 선언이냐'는 질문에 "결별한 게 언제인데 이제 와서(결별이냐).내가 친박에서 쫓겨난 지가 언제인데,그리고 2년 전부터 해오던 얘기"라고 했다.

'앞으로 박 전 대표를 돕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나는 오로지 정권재창출 밖에는 관심이 없고 그 맥락에서 말한 것"이라면서 "친이(친이명박) · 친박을 없애야 한다고 얘기한 것인데 전부 박근혜 얘기만 하고 있다. 정치권엔 박근혜만 있나. 도대체 인간 김무성은 어디 있느냐"고 복잡한 감정을 토로했다.

◆'애증의 6년' 뒤로 한 채 마이웨이

친박계는 발끈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정복 의원은 "민주주의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소중한 철학과 가치를 폄하하는 유감스런 발언"이라면서 "지금은 친이 · 친박 화합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시점인데,갑자기 이런 식의 공격을 하는 저의가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인사는 "당내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를 왜 흠집내려고 하느냐"면서 "스스로 '친박계 탈퇴'에 확인도장을 찍으려 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 원내대표는 2005년 박 전 대표 재임시절 사무총장을 맡으며 '박근혜 사람'이 됐고,이후 대선 경선 · 총선 등을 거치며 '친박계 좌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김무성 원내대표설'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었고 김 원내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에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멀어졌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고까지 했다. 이번 일로 두 사람이 완전히 갈라섰다는 말이 나온다.

이준혁/구동회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