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산시장은 주식, 채권, 부동산에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 실물상품이나 대체투자 등 다양한 상품이 나올 걸로 봅니다. 피닉스자산운용은 이런 틈새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전략입니다."

안병엽 피닉스자산운용 회장(사진·65)은 지난 6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갖고 중소형 운용사로서 강점을 살려 대체펀드 시장에 발빠르게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제6대 정보통신부 장관과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안 회장은 운용업계로서는 낯선 얼굴이다. 유독 업계 출신 경력자를 선호하는 운용업계 특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안 회장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한 외국계 투자자본 유치와 인수·합병(M&A) 업무를 맡아왔다"며 "원활한 투자유치를 위해 자산운용업에 진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안 회장은 2009년부터 코스닥업체 다윈텍의 계열사인 금융자문사 캐피탈익스프레스의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외국계 자본 유치를 진행해왔다.

그는 "자산운용업 면허를 갖고 있지 않아 투자활동에 한계를 느꼈다"며 "다윈텍과 함께 자산운용사 설립과 인수를 검토하던 중 매물로 나온 피닉스자산운용을 인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피닉스자산운용은 자산규모로 따지면 2조4000억원 정도로 업계 30위권 정도의 중소형사다. 주식형 자산 규모는 600억원이 채 안되며, 많은 부분을 부동산과 채권형 자산으로 갖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 진출하고 보니, 중소형사로서 겪는 어려움이 많더군요. 공모펀드 시장은 대부분 대기업 계열이나 금융지주 계열 자산운용사들이 선점하고 있어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안 회장은 "일반적인 주식형 공모펀드를 갖고는 대형사와 경쟁하기 힘들다"며 "중소형사가 강점을 가진 블루오션, 틈새시장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은 대체투자(AI)다.

피닉스자산운용은 지난해 미국의 자산유동화증권(ABS) 지원 프로그램인 기간자산담보대출(TALF)의 자본 유치를 진행한 바 있다. 미국 업체가 ABS를 발행해 해외에서 이 중 10%의 투자를 유치하면, 나머지 90%에 대해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저금리로 지원해주는 제도다.

피닉스자산운용은 국내에서 이 TALF 상품을 3700억원 어치 판매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안 회장은 "앞으로 투자자금의 상당 부분이 대체펀드나 사모펀드(PEF), 랩, 헷지펀드 등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이들 분야에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임 후 PEF부를 새로 세팅하고, 최근 KTB투자증권과 공동으로 M&A 관련 펀드를 설립하는 등 M&A 업무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그는 "2조4000억원 수준의 자산을 내년 3월까지 3조 수준으로 키우는 게 단기 목표"라며 "지금은 기관 자금 유치에 주력하고 있지만, 기반이 다져지면 공모펀드까지 영역을 넓히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증시 추이에 대해서는 "상승 추세는 유효하지만, 급격한 오름세보다는 계단식 상승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회장은 "그 동안 국내 증시 상승은 펀드로의 자산 유입에 힘입은 바가 큰데, 급격히 팽창한 펀드시장이 한차례 조정을 받고 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펀드에 투자하고픈 투자자들은 공격적인 펀드보다는 안전성을 중시하는 대형주 위주의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