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랩 투자종목 실시간 공개 안한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추종매매로 '시장 쏠림' 가속
투자일임계좌 매매 내역
금융당국, 2주간 비공개 추진
투자일임계좌 매매 내역
금융당국, 2주간 비공개 추진
금융당국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자문형 랩의 매매 내역(포트폴리오) 공개를 일정 기간 제한할 방침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자문형 랩 계좌를 통해 투자자문사의 매매 종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그대로 따라하는 추종 매매가 확산돼 시장의 쏠림현상을 가속화할 우려가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공개 금지 기간은 2주 안팎으로 정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매매 내역 2주 지나 공개토록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9일 "자문형 랩이 인기를 끌면서 '자문사 따라하기' 투자가 성행하는 것은 시장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자문형 랩 등 투자일임계좌의 매매 내역을 일정 기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공개 기간은 확정되진 않았지만 2주 정도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펀드 매매 내역이 한 달 단위로 공개되는 점을 감안해 (자문형 랩은) 그보다 짧게 제한 기간을 둘 생각"이라며 "보름 안팎이 적당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펀드는 석 달마다 가입자에게 운용 내역을 보고하지만 한 달이 지난 운용 정보는 필요시 판매사에 제공할 수 있는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펀드는 불특정 다수의 돈을 모아 운용하는 반면 자문형 랩은 개인 계좌인 점이 다르지만 지금처럼 실시간으로 매매 내역이 노출되는 데 따른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투자일임이란 고객에게서 자산 운용을 일괄적으로 위임받아 투자하는 방식이다. 일임투자의 일종인 자문형 랩은 올 들어 인기 상품으로 급부상해 작년 말 5470억원이던 잔액이 7월 말 2조5000억원(추정) 수준으로 네 배 넘게 불어났다. 펀드와 비슷하면서도 투자 제한이 거의 없어 될성부른 몇몇 종목에 집중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 때문이다. 또 가입자가 계좌의 보유 종목,주식 편입 비율,수익률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특징은 지수 하락기엔 증시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10개 안팎의 종목에 집중 투자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 때는 생각보다 더 탄력을 받고 내릴 때는 하락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적절한 규제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자문사에서 차익을 실현할 때 '추종 매물'이 동시에 출회되며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건전성 유지가 목표
자문형 랩의 매매 내역을 일정 기간이 지나 공개토록 하는 방침은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조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문형 랩 따라하기 투자가 도를 넘었다"며 "하반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권의 거액 투자자들 사이에선 자문형 랩 따라하기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5000만원 안팎의 최소 가입액으로 자문형 랩에 든 뒤 하루에도 몇 번씩 매매 내역을 확인하면서 자문사의 주문이 뜨자마자 동일한 매매 주문을 내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형 랩 가입 시 부담하는 3% 선의 수수료를 물지 않고도 전문가들의 투자 판단을 훤히 꿰뚫을 수 있어 랩 가입액의 10배 정도를 따라하기에 투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문사 7공주'로 불리는 LG화학 삼성전기 등 7개 종목이 얼마 전까지 지속적인 랠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증시를 주도한 이면에는 이 같은 따라하기 매매 행태가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투자일임업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다. TF팀 관계자는 "펀드와의 차이,외국 사례 등을 연구해 논란 없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지만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가인드라인을 내놓을 방침"이라며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모범규준을 만들고 필요할 경우 관련 규정도 고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
◆매매 내역 2주 지나 공개토록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9일 "자문형 랩이 인기를 끌면서 '자문사 따라하기' 투자가 성행하는 것은 시장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자문형 랩 등 투자일임계좌의 매매 내역을 일정 기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공개 기간은 확정되진 않았지만 2주 정도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펀드 매매 내역이 한 달 단위로 공개되는 점을 감안해 (자문형 랩은) 그보다 짧게 제한 기간을 둘 생각"이라며 "보름 안팎이 적당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펀드는 석 달마다 가입자에게 운용 내역을 보고하지만 한 달이 지난 운용 정보는 필요시 판매사에 제공할 수 있는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펀드는 불특정 다수의 돈을 모아 운용하는 반면 자문형 랩은 개인 계좌인 점이 다르지만 지금처럼 실시간으로 매매 내역이 노출되는 데 따른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투자일임이란 고객에게서 자산 운용을 일괄적으로 위임받아 투자하는 방식이다. 일임투자의 일종인 자문형 랩은 올 들어 인기 상품으로 급부상해 작년 말 5470억원이던 잔액이 7월 말 2조5000억원(추정) 수준으로 네 배 넘게 불어났다. 펀드와 비슷하면서도 투자 제한이 거의 없어 될성부른 몇몇 종목에 집중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 때문이다. 또 가입자가 계좌의 보유 종목,주식 편입 비율,수익률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특징은 지수 하락기엔 증시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10개 안팎의 종목에 집중 투자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 때는 생각보다 더 탄력을 받고 내릴 때는 하락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적절한 규제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자문사에서 차익을 실현할 때 '추종 매물'이 동시에 출회되며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건전성 유지가 목표
자문형 랩의 매매 내역을 일정 기간이 지나 공개토록 하는 방침은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조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문형 랩 따라하기 투자가 도를 넘었다"며 "하반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권의 거액 투자자들 사이에선 자문형 랩 따라하기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5000만원 안팎의 최소 가입액으로 자문형 랩에 든 뒤 하루에도 몇 번씩 매매 내역을 확인하면서 자문사의 주문이 뜨자마자 동일한 매매 주문을 내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형 랩 가입 시 부담하는 3% 선의 수수료를 물지 않고도 전문가들의 투자 판단을 훤히 꿰뚫을 수 있어 랩 가입액의 10배 정도를 따라하기에 투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문사 7공주'로 불리는 LG화학 삼성전기 등 7개 종목이 얼마 전까지 지속적인 랠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증시를 주도한 이면에는 이 같은 따라하기 매매 행태가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투자일임업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다. TF팀 관계자는 "펀드와의 차이,외국 사례 등을 연구해 논란 없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지만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가인드라인을 내놓을 방침"이라며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모범규준을 만들고 필요할 경우 관련 규정도 고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